'백세인생' 이 선거 로고송 되지 못한 이유

입력 2016-04-03 14:12
수정 2016-04-05 15:32

(정치부 박종필 기자) “~~라고 전해라“라는 유행어를 낳은 이애란의 ‘백세인생’은 반복적인 후렴구로 흥을 돋구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어느 상황에서도 개사해 사용할 수 있다는 범용성 때문에 패러디도 많이 되었지요. 정치권에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 유세 1순위 곡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중진급 정치인들이 이 노래의 열렬한 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 당에서는 이 곡을 선거 공식 로고송을 먼저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가령 새누리당의 공식 선거 로고송 중 하나인 ‘픽 미(Pick me)’라는 곡은, 케이블 음악방송 엠넷(Mnet)의 걸그룹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발표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곡은 젊은 층에는 호소력이 있으나 중·장년층 연령에게는 공감이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표심을 제대로 잡을 수 있으면서도, 젊은 사람들에게도 두루 인지도가 높은 최신곡은 ‘백세인생’ 만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 다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곡은 어느 당도 로고송으로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곡의 원작자가 선거기간 사용료로 5억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곡의 작곡가인 김종완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말 이 곡은 국민적 사랑을 받았는데 이 곡을 특정 정당이 독점 사용하는 것에 반대해서였을 뿐”이라며 “제가 5억원을 제시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이어 “정당 독점계약은 어렵지만 후보자 개인이 자유롭게 쓰는 것은 막지 않겠다”며 “당 구분 없이 후보자 누구든 판권료 120만원이면 사용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김 씨에 따르면 정식 계약을 ?고 현재 백세인생을 유세차에서 사용하는 후보자는 20명 정도라고 합니다.

가수협회 정식회원이기도 한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서울 서대문을)는 지난 1일 유세 현장에서 “백오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정두언 찍고서 간다고 전해라”는 식으로 개사해 불러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정당이 곡을 독점 구매하게 되면 당 소속으로 공천받은 후보자들은 판권 걱정없이 자유롭게 유세곡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당이 ‘통구매’하지 않고 후보자 개인이 로고송 사용을 위해 대중가요의 사용료를 지불할 경우 업계 통상 1곡당 100~200만원이 시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정치권에서도 백세인생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선거를 통해 이 곡이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세보다 낮은) 최소한의 사용료만 받고 많은 분들이 이 곡을 쓰게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끝)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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