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에서 구청까지 가는데 10년이 걸렸다

입력 2016-04-01 18:20
수정 2016-04-02 05:13
규제개혁은 대통령마다 철석같이 하는 약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회의를 매년 직접 주재하면서 “당장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리곤 한다. 국민이 다 보는 데서 장관들에게 내린 지시다. 푸드트럭이 그렇게 허용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17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선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려내야 할 규제만 살려두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는다.

엊그제 준공식을 한 서울반도체의 안산 1, 2공장 연결터널 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반도체가 180m짜리 이 터널을 뚫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그나마 박 대통령이 2014년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회사 사례를 직접 언급해 실마리가 풀린 것이다. 이후 공원지역에 시설물을 지을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 데 6개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승인을 받는 데만 1년이 걸렸다. 대통령이 지시하고 직접 챙긴 사안이 이 정도다. 한국경제신문에 이 사연이 보도된 것만 해도 벌써 5년 전이다.

규제는 국회에서 만들어낸 것들이다. 툭하면 규제입법에 앞장서는 게 국회다. 국회가 현행 법률 체계 전부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이런 덩어리 규제를 들어낼 방법이 없다. 이런 판국에 야당은 규제완화를 특혜처럼 여기는 경향성까지 보인다.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는 엊그제 “지방이 피폐해진다”며 ‘수도권 규제 부활’을 善覃杉? 실제로 충청권 의원 출마자들은 ‘수도권 규제강화’를 공공연히 외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대통령과 ‘힘있는’ 장관이 아무리 약속해도 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규제는 지난 10년 사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180m를 뚫는 데 10년이 걸렸다는 것은 청와대에서 구청까지 내려가는 행정 속도도 그렇게 느리다는 뜻이다. 그 사이 기업은 다 말라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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