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중력파 검출…기초과학 투자의 필요성 등

입력 2016-04-01 16:43
중력파 검출…기초과학 투자의 필요성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가 검출됐다고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이번에 관측된 중력파는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13억광년 떨어진 곳에서 가속 충돌할 때까지 약 0.15초 동안 나온 신호다. 미국 라이고를 중심으로 13개국 과학자 1000여명이 15년 넘게 연구에 매달린 결과 검출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번 쾌거에 한국 과학자 20여명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반가운 마음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 소속 이창환 교수의 인터뷰를 읽어 보았다. 정부 지원도, 변변한 연구 장치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연구원들은 형설지공의 자세로 기적을 일궈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일본은 정보기술(IT) 관련 행정 기능을 하나로 모았으며 호주, 미국은 방송통신 규제와 정책을 통합해 IT 융합 발전을 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을 거슬러 IT 관련 기능을 분산했다. 정보통신을 담당하는 부서를 없애고 과학부와 교육부는 통합해 교육에 중점을 둔 교육과학기술부가 생겨났다. 그 결과 한국의 과학 경쟁력은 뒤처졌다. 이번 중력파 검출 연구 역시 KGWG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2014년 끝난 뒤 각자 개인 연구비를 투입한 열악한 환경의 결과라고 한다.

중력파 검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기초과학 연구에 힘쓰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옆 나라 일본에 대한 부러움과 노벨상 욕심에 뿌리를 두고 나온 말들이다. 그렇다면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국가 경쟁력뿐 아니라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인간게놈연구에 38억달러를 투자한 것이 140배 이상의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었으며, 일자리 창출이라는 연쇄적인 결과도 낳았다. 원천기반기술에 대한 연구가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일할 곳이 없는 ‘고용 없는 성장’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기초과학 투자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일본은 1995년 이래로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해 연구 예산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노벨 과학상 수상자 9명 중 4명이 일본인이었다. 심지어 그들 모두가 일본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국내 대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토종 과학자다. 굳이 해외 유학을 하지 않아도,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기초과학에 아낌없이 지원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의 지원도 부족하고, 기초과학 연구기관 종사자의 47%가 비정규직이며 그중 74%가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라이고를 중심으로 과학자들은 0.15초의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15년 이상의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처럼 기초과학 연구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뿐더러 눈에 띄는 성과를 얻기도 힘들다. 장기적인 지원을 받고 연구에 전념해야 할 과학자들이 우리나라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기초과학 연구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분야에서 국제적 리村各?획득할 기회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성과를 따져보고 적절한 제도와 연구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한 경쟁의 국제사회 속에서 기초과학의 든든한 뿌리가 없는 나라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임세원 생글기자 iswsw@naver.com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자동차를 무서워한 마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까? 인류의 문명 발전이 갈수록 빨라지면서 인공지능을 둘러싼 공포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인 원시 단계를 지나 복잡한 계산과 승부의 세계에서 인간을 이길 정도로 진화했다. 로봇 청소기와 자동차 조립공장의 로봇팔은 인간과 같은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일을 한다. 모든 기계가 원시적 수준의 로봇이라고 보면 기계와 기술의 생산성이 인류를 과거보다 더 잘살게 한 것은 확실하다.

인공지능은 최근 ‘인류 대표’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대표’ 알파고 간의 대결로 주목받았다. 알파고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부에서 이겼다. 알파고는 마치 인류의 지능을 비웃듯이 압승했다. 이세돌 9단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알파고의 표정은 알길이 없었다. 피로조차 느끼지 않았을 것은 뻔하다.

이번 대결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떤 특이점을 넘어선 것을 시사한다. 과학자들은 금세기 내에 인간과 거의 비슷한 정도의 지력을 가진 로봇이 태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의 질주를 인간 스스로가 막을 수 없다?시각도 있다. 인간의 본성은 기술을 만드는 데 있다. 인공지능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이 가진 감정, 욕구, 가치 판단력까지 가질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 인류 사
이의 근본 차이가 이 3가지에 있다고 하지만 미래기술은 그 차이를 줄이거나 없앨 공산이
크다. 단순한 계산력을 넘어 이성과 판단력까지 갖춘 기계가 도래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
각할까. 최근 인간의 뇌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간 뇌의 작동원리와 과정을 설계
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과학계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복잡한 뇌회로와 전기신호로 구성
돼 있다. 뇌 활동 과정을 역설계해낼 수 있다는 과학자도 많다. 심지어 마음도 뇌에 있는 수
많은 세포의 복잡한 작동에서 나오는 것일 뿐 마음이라는 공간이 뇌에 따로 없다는 것까지
밝혀졌다. 인공지능은 틀림없이 나타날 것이다. 이미 나타났다. 인간은 기술을 만들어내는 본성과 함께 기술을 무서워하는 성향이 있다. 산업혁명기에 방적기를 보고 일자리를 잡아 먹는 기계라고 했다.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도 마차회사는 괴물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을 보고 또 이렇게 생각한다.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까? 인간이 인간을 멸망케 하는 로봇의 시대는 올 것인가? 이런 우려를 근거로 인공지능의 연구를 멈춰야 할까.

최재원 생글기자 pmi8958@naver,com

안중근 의사의 한이 서린 여순감옥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다오.” 안중근 의사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두 아우에게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주 기자는 바로 안중근 의사가 최후를 맞이한 중국 다롄시 뤼순구 ‘여순감옥소’에 다녀왔다.

뤼순은 랴오닝반도 끝자락에 있는 항구도시다.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부동항을 찾아 나선 러시아의 관할 하에 있었으며 1902년 사무실과 85칸의 감방을 처음 건설해 감옥소로 사용했다. 이후 1905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하면서 1907년부터 일본 <관동도독부> 감옥소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중국 열사와 한국의 애국지사들이 고통의 나날을 보낸 곳이다.

사무실로 썼던 여러 방에 전시돼 있는 당시의 고문 형틀, 채찍 등을 보면서 안중근 의사와 우리의 애국지사들의 참혹했을 감방생활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본 건물을 나와 뒤쪽으로 가면 교수형장이 있다. 교수형장은 안중근 의사가 처형되고 24년이 지난 1934년 지어졌는데 사형당한 죄수의 시체는 통관에 강제로 집어넣어 인근 뒷산에 매장했다고 한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 또한 사형 후 유가족들에게 시신을 인도하지 않았다. 원형 통에 시신을 앉혀서 묻었던 일반 사형수와 달리,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송판으로 짠 관에 넣어져 뒷산에 묻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또한 목에는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있었으며 그의 인적사항이 기록된 유리병을 함께 매장했다.

하지만 감옥소 담장 너머에는 산이 있다. 사형이 집행된 죄수들의 공동묘지가 있었다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현재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아파트들은 공동묘지 뒷산 인근까지 확장했다. 과거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 중국 정부와의 협조 하에 1차로 발굴조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조사는 실패로 끝났으며 북한의 핵실험으로 2차 공동 발굴이 무산되고 말았다.

안중근 의사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북한 또한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안중근 의사의 생애와 사상, 업적을 재조명한 북한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는 1979년 제작된 영화로 김정일이 직접 연출을 지도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북한에서 매우 공들여 만든 영화다. 안중근 의사는 황해도 해주 출신의 항일독립운동가다. 북한에 안중근 의사의 친척과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계획 발표 당시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발굴, 평화공원에 안장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겠다고 이야기했다. 동양평화를 외치고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소망한 안중근 의사. 순국한 지 106년이 지난 지금 하루라도 빨리 그의 유해를 찾아 고국의 땅에 묻어야 할 것이다.

전창렬 생글기자 pos06127@naver.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