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연쇄 정상회담] 2년 만에 모인 한·미·일 정상 "북한 도발시 더 강력한 제재 직면할 것"

입력 2016-04-01 01:18
3국 정상, 동북아 '3각 안보동맹' 복원 과시
국제사회 대표해 김정은 정권에 '최후 통첩'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는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2년 만이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뤄진 첫 3국 정상회동이어서 대북(對北) 제재 외교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3국 정상이 대북 ‘찰떡 공조’를 과시한 것은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국제사회를 대표해 ‘최후 통첩’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하고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한·미·일 대북 압박 공조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는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3국 정상은 회의 직후 대언론 브리핑에서 한목소리로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공언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고 잘못된 셈법을 바꾸기 위해 3국이 무엇을 함께 해나갈 것인가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대북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3국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3국 정상은 또 국제사회의 철저한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이행을 독려하고 독자 제재 조치를 조율해 시너지를 높이기로 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도 강력 대처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미·일 두 정상과 함께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하면 북한은 더욱 강력한 제재와 고립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UN 안보리 결의와는 별도로 한·미·일 3국의 독자 제재 조치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무력시위를 한 북한은 김일성 생일(4월15일)과 제7차 당대회(5월7일부터 개최)를 앞두고 5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12일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1월6일)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외교가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피해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청와대 관窩渼?“오바마 대통령이 1시간여 동안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미국이 북핵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일각의 인식을 불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각 안보체제 복원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박 대통령의 요구도 있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3자 회동의 필요성을 절감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31일~4월1일)를 주재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사전 행사로 각국 정상과의 연쇄 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중 정상회담보다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의 일정이 먼저 잡혔고, 회의 후 3국 정상이 나란히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각 안보 동맹’의 복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한·미·일 3각 동맹은 한·일 관계 악화로 삐걱거렸다. 지난해 말 한·일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전격 합의하면서 한·미·일 3각 동맹이 복원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박 대통령은 “기존의 3국 간 협력 메커니즘을 잘 활용해서 북핵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