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청년이 청년을 고용하게 하라…창업이 '실업세대' 구한다

입력 2016-03-31 19:17
청년 실업 미래 보고서
피터 보겔 지음 / 배충효 옮김 / 원더박스 / 408쪽 / 2만원

전세계 청년실업자 7300만명 달해
창업이 노동시장 해결책으로 부각
재능 활용·고용 확대 '두 토끼' 잡아
벨기에선 무료로 창업 지원하기도



선진국, 개발도상국을 불문하고 청년들은 혹독한 노동시장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세계 청년 실업률은 2013년 기준 12.6%, 청년 실업자는 7300만명에 달했다. 사회 초년에 실업을 경험하면 그 이력은 개인에게 평생 영향을 미친다. 사회 진입 초기에 실업을 겪은 개인의 소득 격차는 20%로, 이를 만회하려면 최장 20년이 걸린다는 연구도 있다.

국제적 노동전문가 집단 ‘미래일자리포럼(Future Work Forum)’의 파트너이며, 창업 및 청년 실업 분야 전문가인 피터 보겔은 《청년 실업 미래 보고서》에서 정부, 기업, 교육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각으로 청년 실업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청년 실업 위기의 원인과 과제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세계 각국의 題?사례를 소개한다. 청년 실업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왜 청년들이 실업이라는 절망적 상황에 놓이게 됐을까? 주된 이유 중 하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노동수요 감소’다. 청년 실업의 4분의 1이 금융위기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시점 이후에 발생했다는 사실이 이를 분명히 말해준다. 청년 실업의 원인을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청년 인구 증가, 청년 구직자의 직무교육 부족, 직업교육 등한시 등을 꼽을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저성장 경제, 경직된 노동시장,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증가 등을 청년 실업의 원인으로 진단할 수 있다.

게다가 고용시장에 일자리가 있는데도 그에 맞는 역량을 가진 청년 구직자가 부족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이런 ‘숙련 불일치(skill mismatch)’의 원인은 21세기 기업 현실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낡은 교육 시스템에 있다. ‘캐나다 교육자 및 사용자 협회’는 매년 1000곳의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인력 수요를 파악한다. 그 결과 드러난 사실은 우리 상식과 큰 차이가 있다. 기업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자질 다섯 가지는 창의성, 사업가적 기질, 요령, 전략적 계획수립 능력, 유머다. 선호하는 자질 다섯 가지는 의사소통 능력, 분석 능력, 팀워크, 직업윤리 의식, 문제해결 능력 순이다.

청년들은 그들이 취업할 때면 사라질 법한 직업을 위해 취업 준비를 하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 2010년 미래일자리포럼은 일자리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와 인식을 조사했다. 응답자의 75% 이상이 대학에서 제대로 취업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직에 실패한 청년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실무 경험 부족’을 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직무 경험이 전혀 없는 청년은 취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은 청년들이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일자리는 물론 실무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한다.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하는 청년에게 훈련과 지식 습득의 장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 식품기업 네슬레는 청년에게 투자하고 청년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4년에는 ‘네슬레는 청년이 필요합니다(Nestle needs YOUth)’라는 3년 과정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수습제도를 강화해 올해 말까지 청년 1만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네슬레 직원을 학교로 파견해 직업 프로그램 운용도 돕는다. 협력업체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도록 권유한다.

적극적 노동정책 중에서도 ‘창업정책’은 청년들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청년창업 증진은 여러 이유에서 중요하다. 우선 창업가 자신을 포함해 인력 채용을 통해 고용 기회를 확대한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년들을 노동시장으로 다시 복귀시키고,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들의 재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벨기에는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자 국가고용사무처에서 ‘청년창업 프로젝트’라는 창업 유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모든 서비스는 무료이고 청년 참가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창업 초기 상담과 교육을 지원하며,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사업 지원금 외에도 매달 375유로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지원 기간이 끝나면 참여기금을 통해 최대 3만유로의 창업자금을 저리로 빌려준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교육과 노동시장 간의 숙련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교과 과정의 수정), 기업(교과 과정이 실무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학교 활동에 참여), 정부(교과 과정 수정을 위한 지원책 마련), 청년(새로운 교과 과정에 동참하고 도움받기) 모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저자는 “청년 실업과의 전쟁에서 성공적이고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모두가 각자의 방에서 뛰어나와 정보를 교환하고 모범 사례를 교환하면서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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