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 대 만드는 시간·인원 산정…노조, 조사위원 35명 확정
근로자 근무강도 파악해 공장·공정별 형평성 조정
기준 마련땐 생산성 향상 기대…노조원 반발이 변수
[ 하인식 기자 ] 현대자동차 노사가 생산인력과 생산시간, 임금산정 등의 핵심 기준이 되는 표준 ‘맨아워(man hour)’ 산정기준 을 마련하기로 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생산 물량 및 근무 형태 다변화 등 중장기 국내 공장 운영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사 공동으로 맨아워 위원회를 구성해 맨아워 산정기준과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최근 울산·아산·전주공장의 맨아워 조사위원 35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현대차는 생산라인별 근로자의 근무 강도와 공장·공정별 차량 생산에 필요한 적정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노조와 논의하기로 했다. 맨아워 기준이 세워지면 공장·공정 간 근무강도 형평성을 맞출 수 있고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금은 표준 맨아워 기준이 없다 보니 공장별로 서로 다른 기준을 놓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노조 집행부 또는 사업부 대표, 대의원 등의 현장 교섭력에 따라 생산라인과 공정별 작업 인원 및 속도가 정해지고 있다. 공장과 공정별 업무강도를 비교하기 어려워 주관적인 관점에서 편한 공정과 힘든 공정이 분류돼왔다. 이 때문에 생산물량이 적은 사업장에 적정인원보다 많은 근로자가 투입되는 사례가 잦았다. 공장 가동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도 UPH(시간당 차량 생산대수) 조정 및 추가 인원 투입 등을 놓고 노사가 갈등을 빚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현대차 울산공장은 해외공장과 비교해 효율성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울산공장의 HPV(차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작업시간)는 2014년 6월 기준 26.8로 중국(17.7) 미국(14.7) 인도(20.7)보다 훨씬 길다.
노동전문가들은 강성 기조의 현 노조집행부(노조위원장 박유기)가 회사 측과 원활하게 맨아워 산정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현대차 노사는 2008년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맨아워 산정 기준을 수립하자고 합의했지만 기득권 상실을 우려한 노조 측 반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주간 연속 2교대제는 근로자들이 하루에 8시간씩 2교대로 일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심야근로를 없앤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으로 종전보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도 만만치 않다”며 “맨아워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면 현대차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맨아워
man hour. 근로자 한 명이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 또는 1시간에 차 한 대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인원 수를 뜻하는 것으로 생산성과 직결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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