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영웅 대결에 30~50대 '팬보이' 열광

입력 2016-03-29 18:46
개봉 4일 만에 세계 매출 4700억…'배트맨 대 슈퍼맨' 흥행 비결은

원작과 다른 캐릭터·감각적인 영상미도 볼거리
정치권 이전투구 연상…'어벤저스' 넘을지 관심

< 팬보이 : 만화·영화·SF 등에 열광하는 남성 >


[ 유재혁 기자 ] 할리우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 개봉 첫주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질주하고 있다. 지난 25일 세계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28일까지 북미에서 1억7001만달러(전체의 40.1%), 그외 지역에서 2억5400만달러(59.9%) 등 4억241만달러(약 4683억원)의 관람료 수입을 올렸다. 3월 개봉작 중 최고다. 워너브러더스 영화 중 첫 주말 최고 기록이며 DC코믹스 만화 원작 영화로도 최고치다. 또한 할리우드 사상 네 번째 첫 주말 흥행 기록이다.

이 작품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이란 설정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영웅인 배트맨과 슈퍼맨이 사상 처음으로 한 스크린에 출연했다. 원더우먼도 탄생 75년 만에 스크린에 처음 나왔다. 슈퍼영웅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이 약간 다를 때 충돌하는 이야기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며 서로 다투는 현실의 은유처럼 보灌?

그들의 싸움 장면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미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인터넷에는 영상미에 대한 찬사가 쏟아진다. “스나이더 감독답게 액션이 끝내준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의 액션 신이 화끈하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배트맨과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캐릭터가 상당히 달라 논란을 일으킨 것도 흥행을 부추겼다. 놀런의 배트맨은 내면을 성찰하는 캐릭터인 데 비해 스나이더의 배트맨은 다혈질이고, 행동이 앞서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할리우드는 한 명의 슈퍼영웅 대신 여러 슈퍼영웅의 다양한 관계를 들춰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대성공했다. 마블의 ‘어벤저스’에 이어 DC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도 성공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직배망을 타고 중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개봉한 것도 또 다른 흥행 요인이다. 세계 2위 영화시장인 중국에서 첫 사흘간 5730만달러를 벌었다. 한국에서 거둔 수입도 1000만달러(164만명)를 넘었다. 해외 관객이 6 대 4 정도로 미국보다 많았다. 할리우드의 경쟁력이다.

관람객별로는 만화·영화·공상과학(SF)·게임 등에 집착하는 남성을 일컫는 ‘팬보이’들이 흥행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CJ CGV에 따르면 남성이 54.3%로 여성(45.7%)보다 많았다. 특히 30~50대가 남성 관객의 70.6%로 압도적이었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배트맨과 슈퍼맨을 보면서 팬이 됐고, 성인이 된 뒤에도 다시 찾는다는 얘기다.

이 영화가 장기 흥행에 성공해 ‘어벤저스’를 넘어설지는 미지수다. “개연성이 부족하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화해하는 계기가 너무 어이가 없다” 등 악평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영화의 참신함을 평가하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의 신선도 지수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는 37%에 그쳤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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