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120년 만에 디자인 특허 심리…삼성 상고
'침해 부분 한정' vs '제품 전체 이익' 배상액 산정 기준 쟁점
"하급심 판단은 불합리" 모두가 동의…지나친 배상 막을 것
"미국 연방대법원은 상고된 사건 중 아주 일부만 심리를 하며,
심리를 허가하는 비율은 상고된 건의 1%에 불과하다.
미국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은 틀림없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상고 허가난 삼성의 대(對)애플 디자인 특허 소송
지난 21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애플 대 삼성 디자인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애플과 삼성 사이의 ‘특허세계대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애플과 삼성은 합의를 통해 다른 국가에서의 분쟁을 종결시켰지만, 미국에서의 소송은 그 합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이 사건은 애플이 디자인권을 기반으로 망외 소득을 올림으로써 더 유명해졌다.
사건의 경과는 이렇다. 2011년 4월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세 개의 미국 디자인 권리 침해를 이유로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관련된 세 개의 디자인 중 가장 쟁점이 된 것은 휴대폰 테두리를 ‘둥근 직사각형’으로 한 것이다.
물론 그 디자인이 휴대폰 전체에 기여하는 바는 그다지 크지 않다. 알려진 바와 같이 휴대폰에는 최소 수만 개의 특허발명이 적용된다.
1심 법원의 배심원은 삼성의 동 디자인권 침해를 인정한 뒤 그 디자인이 전체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약 1조20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평결했다. 즉, 동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삼성 제품에서 비롯된 전체 이익을 손해배상금으로 책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디자인의 가치는 발명의 가치보다 높지 않다고 여겨져왔다. 그런 점에서 그 금액은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놀라게 했다. 항소심인 특허법원이 손해배상금을 약 6000억원으로 삭감하기는 했으나, 삼성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연방대법원에 상고했고 이번에 심리가 허가된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상고된 사건 중 아주 일부만 심리하며, 심리를 허가하는 비율은 상고된 건의 1%에 불과하다. 더욱이 연방대법원은 지난 120년간 디자인 사건을 한 번도 심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국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은 틀림없고 삼성이 그렇게 설득했다는 점에서 일단 삼성이 큰 일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전문가도 놀란 손해배상금
그렇다면 삼성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를 예측하려면 관련된 미국의 법리를 이해해야 한다. 미국 특허법은 일반 특허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해서도 규정하는데, 제289조는 디자인권 침해에 대해 침해자의 ‘전체 이익’ 범위에서(to the extent of his total profit) 권리자에게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880년대 세 개의 카펫 디자인 사건에서 원고가 승소했으나, 손해배상금으로 아주 소액만 인정받은 바 있다. 그 사건으로 디자인권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그에 대응해 1887년 의회가 이런 규정을 도입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최대 쟁점은 그 규정의 해석에 관한 것이다.
법 규정의 해석방법에는 용어의 의미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문언해석’, 의회의 의도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의도해석’, 달라진 환경을 반영해 해석하는 ‘동태적 해석’ 등 세 가지가 있는데, 하급심 법원은 문언해석 및 의도해석에 따라 해당 규정이 침해자 이익의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라 보고, 삼성이 관련 휴대폰 판매로부터 얻은 이익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록 해당 규정이 현대에는 불합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법의 문언 및 의도가 그렇다면 법원은 그 법에 따라야 하고 잘못된 법을 바꾸는 것은 의회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해당 규정이 카펫 등 매우 간단한 물품을 염두에 둔 것이므로 휴대폰 등 현대의 복잡한 전자기기에는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887년 당시 카펫 사건을 염두에 두고 법을 개정하던 상황과 최소 수만 개의 특허가 적용되는 휴대폰을 두고 다투는 사건의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동태적 해석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①최근 수년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많은 특허법원 판결을 파기해왔다는 점 ②대법원이 고액 배상 및 특허괴물이라는 현상을 마뜩지 않게 생각해왔다는 점 ③디자인권을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과 달리 특별하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점 ④하급심 판결이 유지되면 디자인권을 기초로 하는 소송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법원이 동태적 해석을 중심으로 삼성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제법 높다고 생각된다.
법규 해석, 달라진 환경 고려해야
더욱이 문언해석 및 의도해석을 적용하더라도 삼성의 승소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급심 법원은 ‘전체 이익’이라는 표현에 치중해 문언해석을 했는데, ‘전체 이익의 범위에서’라는 표현에서 ‘전체 이익’이 아니라 ‘범위에서’라는 부분을 중심으로 해석하면 전체 이익의 일부 배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전체 이익’이라는 용어를 두고 특허법원 판결과 상응한 대법원 판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1952년 해당 규정의 문구가 약간 변경됐는데 그 당시 입법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근거하면 대법원에서의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하급심 판단이 이번 사건에서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음을 중요하게 보면 삼성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법원이 문언해석을 다른 해석방법보다 더 중요하게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방대법원은 절충책 택할 것
필자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절충책을 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즉, 미국 연방대법원이 ‘완제품’의 전체 이익이 아니라 해당 디자인이 적용된 ‘부품(테두리)’의 전체 이익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체 이익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지나치게 높은 배상을 막을 수 있다. 그런 예측이 필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갖는 편견이 아니길 빈다.
연방대법원 상고심은 빠르면 올해 10월 초부터 열린다. 아무쪼록 불합리한 규정과의 싸움에서 삼성이 승리하고 절감하게 되는 약 5000억원을 디자인 및 발명 관련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