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용세습'과의 전쟁] 단협, 언제까지 힘센 노조에 밀릴건가

입력 2016-03-28 18:25
최종석의 뉴스 view

첫단추 잘못 끼운 단체협약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사후시정만큼 '예방' 중요


[ 최종석 기자 ]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마치면 그 결과를 단체협약에 담아 서로 서명한다.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와 근로자 이익을 보호받는 것이 노조활동의 궁극적 목적 가운데 하나다.

단체교섭 대상에는 의무적·임의적·불법적 교섭 사항 세 가지가 있다. 의무적 교섭사항은 노조가 요구하면 사용자는 반드시 교섭에 응해야 한다. 근로조건이나 노조활동에 관한 사항이 그렇다. 사용자가 의무적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다. 불법적 교섭사항은 말 그대로 불법이어서 교섭이 이뤄지거나 협약이 체결되면 안 된다. 예컨대 성차별 허용 조항 등이 그렇다.

임의적 교섭사항은 이 둘과는 다르다. 사용자에게 교섭의무는 없지만 노조가 요구하면 응해도 된다. 인사·경영권이나 영업양도, 회사 조직변경 등에 관한 사항이 해당한다. 임의적 교섭은 사용자가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얘기가 다르다. 노조에 떠밀려 위법하거나 불합리한 단체협약을 체결求?일이 많다. 임기 중 노조와 불편한 관계를 맺기 싫어하는 공공기관장들은 더욱 그렇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1000명 이상 사업장,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우선·특별채용이나 인사·경영권 제약을 규정한 단체협약이 많았다.

단체협약은 위법하거나 불합리하더라도 한 번 체결하면 바로잡기가 어렵다.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을 명령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는 공공기관들의 방만·무책임 경영을 미리 감시하기 위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까지 운영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공기업 노사 간 단체협약서가 모두 공개된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위법·불합리한 단협을 사후에라도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어렵더라도 부당한 것을 바로잡는 게 개혁이다.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는 노동개혁을 현장에서 하나하나 풀어가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타당성이 있다는 평가다.

이 와중에 서울시 산하 공기업은 ‘역주행’을 하고 있다. 내년 1월 통합을 추진 중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노조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는 과도한 경영권 침해라는 지적이 많다. 중앙·지방 정부 간에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제다. 민간기업에 대해선 사후 시정조치까지 하면서 말이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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