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KIA클래식 3R
전지훈련서 쇼트게임 보완
3라운드까지 11언더파 '맹타'
"LPGA 두려움이 없어졌다"
[ 최만수 기자 ]
“LPGA 투어는 언젠가는 와야 할 곳이다. 부딪혀 보니 두려움이 없어졌다.”
‘장타 여왕’ 박성현(23·넵스)이 미국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클래식 3라운드에서 5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맹타를 휘두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공동 13위를 기록한 지난주 JTBC파운더스컵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상위권이다. 270야드를 넘나드는 시원한 장타에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 골프를 선보이며 벌써 미국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어느 홀이든 버디 자신”
박성현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GC(파72·6593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더블보기 1개를 기록했지만 버디 7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였다. 박성현은 신지은(24·한화), 브리트니 랭(미국)과 함께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선두 리디아 고(19·뉴질랜드)에 3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박성현은 12번홀( ?) 버디를 신호탄으로 16번홀(파4)까지 5개홀 연속 버디를 낚는 상승세를 탔다. 275야드의 짧은 파4인 16번홀에서는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그린 옆 러프에 떨어졌지만 두 번째 샷으로 홀 1.2m에 붙이는 멋진 쇼트게임 능력을 보여줬다.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선두를 달리던 리디아 고에 2타 차까지 따라붙었던 박성현은 17번홀(파5)에서 투온을 노리다가 티샷을 오른쪽 숲속으로 보내는 바람에 더블보기로 홀아웃했다. 하지만 다음 홀에서 바로 버디를 잡아내는 ‘강철 멘탈’을 선보였다.
박성현은 지난주 대회에서 평균 285야드의 장타를 휘둘렀다. 페어웨이가 좁아 대부분 선수가 몸을 사리는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 265야드를 날리며 공격 골프를 이어갔다. 박성현은 지난주 “오랜만에 무관심 속에 골프를 하니 재미있다”고 했지만 그의 ‘남다른’ 경기는 금세 미국팬들의 눈에 띄었다. 그는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뒤 몰려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30분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박성현은 “뜻밖이지만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겨울 미국 전지훈련에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그린 주변 쇼트게임 능력을 가다듬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에서 맞붙는 박성현은 “코스는 한국보다 어렵지 않다. 샷 감각이 워낙 좋아 어느 홀에서든 버디를 노릴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인비 “컨디션 80% 이상”
올해 LPGA 투어에서 아직 우승하지 못한 리디아 고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골라내 5언더파 67타를 치며 절정의 샷 감각을 보여줬다. 세계랭킹 2위 박인비(28·KB금융그룹)도 2타를 줄이며 5위(10언더파 206타)에 올랐다. 박인비는 버디 3개를 잡았지만 9번홀(파4)에서 3퍼트를 하는 바람에 보기를 적어낸 것이 ‘옥에 티’였다. 박인비는 “아픈 데 없이 모처럼 좋은 경기를 해 기분이 좋다”며 “메이저 대회(ANA인스퍼레이션)를 앞두고 컨디션이 80% 이상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호주 동포 이민지(20·하나금융그룹)는 LPGA 투어 사상 두 번째로 파4홀에서 홀인원(알바트로스)을 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민지는 16번홀에서 5번 우드로 친 티샷을 홀에 그대로 넣었다. 사상 첫 번째 파4홀 홀인원은 지난 1월 퓨어실크 바하마LPGA클래식에서 장하나(24·비씨카드)가 기록했다.
이민지는 “처음엔 홀인원인 줄 몰랐는데, 그린 주변의 갤러리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러서 알았다”며 “얼떨결에 ‘와우’라고 소리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민지는 지금까지 파3홀에서도 홀인원을 해본 적이 없다. 첫 번째 홀인원을 파4홀에서 한 것이다. 이민지는 LPGA로부터 태블릿 컴퓨터를 홀인원 선물로 받았다. 그는 중간합계 5언더파 211타를 쳐 공동 18위에 올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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