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6일 은퇴작 무대에 올리는 정재국 국립국악원 정악단 감독
[ 선한결 기자 ]
국악의 한 갈래인 정악(正樂)은 궁중연례나 제례 등에서 사용한 음악이다. 원칙과 절제를 중시한 까닭에 현대에 와서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정악이 변신을 꾀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25~26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리는 ‘정악, 새로움을 더하다’를 통해서다. 정재국 정악단 예술감독(74·사진)은 24일 “지금껏 수백년 동안 원곡대로만 연주된 정악이 한번쯤 변신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은퇴를 앞두고 수백년 전통에 변화를 꾀한 정 감독을 만났다.
“100년 전과 지금은 청중이 다릅니다. 세상이 바뀌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귀도 달라졌지요. 은퇴를 앞두고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60년간 국악 외길을 걸어온 정 감독은 ‘정통 정악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는 14세 때 국립국악원 국악사양성소(현 국립국악고)에서 정악 공부를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의 이왕직 아악부 출신 스승에게 국악을 배운 마지막 세대다. 1966년 국립국악원에 입단했고, 최초의 피리 정악 보유자로 선정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거쳐 2014년부터 정악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정악은 제례용 음악이라 원래 딱딱한 규칙이 있는데 이런 형식보다는 감정을 전달하는 ‘살아있는 음악’을 들려드릴 겁니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정악 곡에 강약과 긴장, 이완을 더했어요. 의식용 음악이 현대적인 감상용 음악으로 거듭난 것이죠.”
이번 공연에선 정악곡의 백미로 손꼽히는 ‘수제천’과 ‘동동’ 외에 ‘현악별곡’ ‘자진한잎 별곡’ ‘가곡별곡’ 등을 선보인다. 관현악의 균형 잡힌 소리를 내도록 악기 편성을 바꿨다. 기존 악기의 음량을 조절하고, 현악기와 타악기 비중을 높이는 등 현대적인 합주음악 형식을 도입했다.
“기존의 정악 합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리가 주목받는 형식입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다른 악기의 음색이 부각될 여지가 없었어요. 이번에는 각 악기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편성했습니다. 어느 부분에는 가야금만, 다른 부분에는 해금만 나오는 식으로 모든 악기의 소리를 즐길 수 있죠.”
조화로운 음색을 내기 위해 기존 정악 합주곡에선 잘 쓰지 않았던 선율 악기를 추가했다. 양금, 생황, 단소, 대쟁 등이다. 월금, 향비파 등 연주법 전승이 끊길 위기에 처한 악기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정 감독은 연주 진행을 총괄하는 집박(執拍)으로 직접 무대에 나선다.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역할이다. 여기에 현대 오케스트라의 지휘 개념을 도입했다. 박과 장구 연주로 장단과 호흡을 조절하고, 손짓으로 합창 지휘도 할 예정이다. 지휘는 생전 처음이다. 정악에선 지휘봉 대신 타악기로 장단을 맞추기 때문이다.
“저는 평생 한우물만 팠습니다. 정악단에서의 마지막 작품을 통해 옛 음악과 현대음악의 다리를 놓고 싶습니다. 앞으로 미래의 정악을 만드는 기초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은퇴하더라도 예술은 길잖아요.”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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