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 퇴임식장 가득 채운 기립 박수 소리

입력 2016-03-23 14:24

(김은정 금융부 기자) “애써 보이지 않는 네잎클로버의 행운보다 행복이라는 꽃말의 세잎클로버로 피어나 살맛 나는 직장생활 누리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장교동 신한생명 신사옥 22층 대강당. 수백명의 신한생명 임직원들이 가득 채운 이곳에서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의 퇴임식이 열렸습니다. 이 전 사장은 신한금융그룹의 상징 색인 파란 빛 넥타이를 매고 퇴임식장에 섰습니다. 목이 마른 듯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이 전 사장은 차분하게 준비한 퇴임사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 전 사장은 다른 임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전일 밤새 퇴임사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금리 장기화와 보험업권 경쟁 심화로 악화된 경영 환경에서도 묵묵히 자신을 따라준 임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이 퇴임사 곳곳에서 묻어났습니다. 2013년 이 전 사장 취임 후 신한생명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퇴임사에는 신한생명이 안고 있는 과제를 모두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는 데 대한 아쉬움도 느껴졌습니다.

최근 금융업권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데다 회계기준 이슈까지 맞물려 보험회사들이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 마음에 남은 모양입니다. 이 때문인지 퇴임사에는 ‘반성하는’ ‘모자란’ ‘부족한’ 등의 단어들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3년간 동고동락 했던 임직원들에게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하겠습니다”라고 퇴임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부장 이하 직원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속속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퇴임사가 끝날 무렵에는 수백명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치며 수분간 대강당을 박수 소리로 가득 채웠습니다. 1985년부터 신한 뱃지를 단 이 전 사장의 30여년 시간에 대한 박수인 듯도 했습니다.

이 전 사장은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대강당을 떠났습니다. 이 전 사장이 대강당을 떠난 후에도 한동안 임직원들은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더라고요.

대표이사 사장에서 물러난 이 전 사장은 1년간 신한생명 고문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종로 영풍문고 빌딩에 새 사무실을 꾸렸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사용한 사무용 책상을 영풍문고 새 사무실에도 가져간다고 하네요.

이 전 사장은 신한은행 부장 재직 시절, 사용연수가 다 돼 처분 예정이었던 책상을 ‘아직 버리기 아깝다’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직접 사용했다고 합니다. 신한은행 부행장 시절까지 이 사무용 책상을 계속 사용하다가, 2011년 신한아이타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도 갖고 갔다고 하네요. 2013년 신한생명 사장으로 취임할 때도 다시 갖고 왔고요.

평소 이 전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설계사에 대한 존중과 같은 눈높이를 주문했던 만큼 퇴임식을 전후 해 이 전 사장에게 이메일과 문자, 모바일 메신저를 보낸 설계사들이 많았다는 후문입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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