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비례대표 공천' 충돌…내분 격화냐 봉합이냐
급거 상경한 문재인 "대선때까지 당 이끌어 달라"
김종인 "명예 지키려 산 사람…욕보인 것 용납 못해"
비대위원 일괄 사의…"공천 잡음에 책임 통감"
[ 손성태 기자 ]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22일 정점을 찍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례대표 ‘2번 배정’ 등 자신의 공천권에 제동을 건 당 중앙위원회와 비대위 결정에 반발, 사퇴를 암시하면서 지난 21일 당무를 거부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오후 경남 양산에서 상경해 김 대표와 상담을 하고서야 “대표를 맡은 이후 지난 두 달간의 소회를 밝히겠다”며 국회로 향했다. 김 대표는 서울 구기동 자택을 떠나 국회로 가면서 “내가 여태까지 스스로 명예를 지키려고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말을 그렇게, 아주 욕보이게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일단 당무에 복귀했지만 비례대표 공천 파동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의 거취와 관 ? “머지않은 시기, 아니 얼마 안 가서 결심한 바를 발표할 테니까 그때 들어보면 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비례대표 순번 확정 등은 비대위에 일임했다. 김 대표는 비대위 참석에 앞서 “중앙위 결정사항은 당헌대로 했다고 하니까, 당헌대로 했으면 그 결과에 대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특별한 논평을 할 생각이 없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비대위 회의 직후 특별한 견해 표명 없이 국회를 떠났다. 비대위 회의에서 사퇴 여부에 대해 “좀 더 고민할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당무에 복귀했지만, 사퇴카드를 거둬들이지 않는 ‘벼랑 끝 전술’로 당내 친노(친노무현) 등 주류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사퇴까지 고민하는 것은 비례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한동안 잦아들던 친노 패권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김 대표 측 인사는 “친노 진영이 김 대표에게 비례 2번을 부여하고 대표 몫 전략공천 4명을 인정할 테니 나머지 비례 공천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심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친노가 자신을 핫바지에다 얼굴마담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당내 중진의원은 “김 대표가 비례공천권을 계기로 당내 주류가 싸움을 걸어오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기로 한 만큼 이번 기싸움에서 밀릴 수 없어 사퇴 배수진까지 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김 대표를 만나 “끝까지 당을 책임지고 우리 당의 간판으로서 이번 선거를 이끌어줘 야권의 총선 승리를 만들어달라. 대선 때까지 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과 관련, “내가 김 대표를 어려운 시기에 모셨고, 정말 우리 당을 되살리는 좋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그에 걸맞은 대접과 예우를 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대위원들이 이날 밤늦게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당 내홍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일괄 사의를 밝혀 국면이 복잡해지고 있다. 박영선 우윤근 표창원 김병관 등 4명의 비대위원은 이날 밤 김 대표 자택에서 김 대표와 면담하면서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이들의 사의 표명은 대표직 사퇴를 고민 중인 김 대표를 만류하려는 뜻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여 23일 김 대표의 당무 복귀 및 당내 갈등 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