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안보에는 '신의 한 수'가 없다

입력 2016-03-22 18:13
수정 2016-03-23 05:35
국제사회 제재 속 지속되는 핵 협박
예외조항 포함 제재실효성 높이고 안보불감증 정치 총선서 걸러내야

문종진 < 명지대 교수·경영학 >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대북정권 옥죄기가 본격 시행되면서 북(北)정권은 불만세력 확산에 따른 체제붕괴냐, 오판에 따른 자멸이냐 등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북한 정권의 주요 외화수입원인 북한의 해외노동자 송출을 차단하고, 고용기업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거래를 불허하는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명령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 내용도 포함돼 있어 북한에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발표된 UN 제재안과 연이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의 독자제재 방안도 시행단계에 있다. 한국 정부도 2월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이어 지난 8일 추가적 독자제재로써 금융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해운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치도 단행했다.

주요국의 제재조치에 반발해 북한은 핵탄두의 경량화 및 규격화 성공 주장과 방사포·미사일 연속 발사, ‘서울 해방연습’ 위협 등 국제사회로부터 고립과 자멸을 자초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발전과 안정이 백척간두에 놓여 있는 국면이다.

대북제재로 북한이 입을 외환수급상의 충격이 어느 정도일까. 북한의 외화자금 원천을 종류별로 보면 개성공단 자금, 해외파견 근로자의 임금수입, 수출입 교역거래, 해외식당 등 사업장에서의 송금, 탈북자 해외송금, 관광수입, 가공무역 및 보따리상, 해외주재관의 마약 밀수 등 불법매매 수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북한의 대외 교역규모는 75억달러로 추정된다. 수출은 32억달러, 수입은 42억달러로 무역으로 인한 적자규모가 10억달러여서 무역에서 벌어들이는 실(實)외화 수입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요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 동, 알루미늄 등은 주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 원자재 가격하락과 중국의 광산물 거래중단 동의 등으로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파견 근로자 임금수입,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해외식당 운영 파견인, 불법 정보기술(IT) 전문인력 등 해외 파견근로자를 포함할 경우 10만명 정도가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해외근로자의 임금은 3억~5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밖에 관광수입은 개성공단 임금수입액의 50%를 밑도는 연 4400만달러에 이른다.

따라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입주기업들에는 재산상 손실이 발생해 안타깝지만 북한당국에는 뼈아픈 수입원 감소로 작용한다. 해외 노동자 임금수입감소 및 대외교역 금지로 인한 수출감소 등을 추정치로 산정해 보면 50% 내외의 외화자금 감소는 치명적이며 북한정권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 반복적인 ‘깡패집단’의 위협에 굴복해 가장된 평화를 수용할 것인지 전쟁을 불사할 각오로 위협에 분연히 맞서 이번 기회에 정상화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북한의 핵위협 아래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안보불감증에 빠져 국론분열 상태에 놓여 있는 정치권의 볼썽사나운 모습은 우리 자신의 책임이 크다. 선거 때마다 사람과 정당의 됨됨이를 보고 뽑기보다는 연고주의, 정실주의, 문벌주의에 빠져 표를 던진 결과다. 제대로 된 사람을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뽑아야 한다.

북한은 4~5월 5차 핵실험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비해 지금까지 제재안에 빠져 있는 항공유 수출금지, 생계목적의 거래를 제외한 조항도 추가제재에 포함하도록 해 제재 실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안보에는 바둑판에서처럼 ‘신의 한 수’가 없다. 스스로의 철저한 준비만이 살길이다

문종진 < 명지대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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