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바나나맛·꼬깔콘 새우마요맛…신제품보단 '가지치기' 전략

입력 2016-03-21 18:36
불황속 제과업계가 사는 법

오감자 토마토케찹맛 등 장수제품에 새 맛 입혀
'신제품 리스크' 최소화…"도전정신 실종" 지적도


[ 강진규 기자 ]
초코파이 바나나맛, 오감자 토마토케찹맛, 꼬깔콘 새우마요맛 ….

롯데제과, 오리온 등 주요 제과업체가 최근 내놓은 제품들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스테디셀러’ 제품의 이름을 달고 나왔다는 것이다. 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과업계가 신제품보다는 기존 브랜드에 새로운 맛을 더하는 ‘가지치기’ 출시 전략을 펴고 있다.

오리온은 올 들어서만 초코파이 바나나맛, 오감자 토마토케찹맛, 스윙칩 간장치킨맛 등 3개 ‘자매 제품’을 내놨다. 초코파이 바나나맛은 1974년 초코파이가 출시된 지 42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후속 제품이다. 20년 넘게 초코파이만 만들어온 파이팀장을 중심으로 10여명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3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60년 노하우를 담아 내놓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오감자 토마토케찹맛은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제품을 그대로 들여왔다. 스윙칩 간장치킨맛은 치킨업계의 인기 메뉴를 재현했다. 윤현호 오리온 홍보팀장은 “기존 제품의 힘에 트렌드를 반영한 맛을 입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꼬깔콘 브랜드의 확장형 제품을 계속 내고 있다. 작년에는 달콤한 감자칩의 인기에 편승해 꼬깔콘 허니버터맛을 내놨고, 최근에는 새우마요맛을 추가로 선보였다.

크라운제과는 적극적인 리뉴얼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10월 샌드형 비스킷 ‘크라운산도’를 60년 만에 리뉴얼한 것이 대표적이다. 크라운제과는 자체 개발한 화이트크림으로 케이크 수준의 부드러움을 냈다고 설명했다. 왕관 문양 디자인도 고급스럽게 변경했다. 최근에는 장수 제품인 쿠크다스의 디자인도 세련되게 바꿨다.

제과업체들이 이 같은 전략을 펴는 것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장수 제품을 좋아하는 기존 소비자와 새로 유입되는 소비자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이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오감자 토마토케찹맛은 출시 45일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했다. 초코파이 바나나맛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일부 매장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윤 팀장은 “초코파이 바나나맛 생산라인 증설을 앞당겨 다음달부터 공급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과업계에서는 이 같은 안정 위주 전략으로는 기술 발전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신제품을 내는 시도를 계속해야 시장 전체의 수준이 높아진다”며 “이처럼 도전정신이 사라지는 상황에선 제과 선진국인 일본을 따라잡는 일이 요원하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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