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난민문제…터키의 EU 가입 '가시밭길'

입력 2016-03-20 19:58
8개월새 7차례 자폭테러
난민 처리시 인권침해 땐 EU 가입 더 멀어질 수도

"2023년 세계 10대 경제국"…관광산업 매출 감소로 흔들


[ 박종서 기자 ] 세계 10대 경제국 진입과 유럽연합(EU) 가입까지 갈 길 바쁜 터키가 가시밭길에 빠졌다. 테러와 난민 문제가 첩첩산중이다. 터키는 지난 8개월간 일곱 차례의 크고 작은 테러가 발생하면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터키는 EU로부터 EU 가입협상 가속화와 지원금 60억유로(약 7조8566억원)를 약속받고 ‘유럽행 난민의 대합실’을 자처했다. 하지만 난민인권 침해 우려 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닭 쫓다 지붕만 쳐다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23년 터키공화국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국내총생산(GDP) 2조달러를 달성해 세계 10대 경제국(현재 17위)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테러로 관광매출 8% 감소

지난 19일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번화가인 이스티크랄에서 이슬람국가(IS) 소행의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5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사망자의 국적은 미국 이스라엘 이란 등막?테러범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외국인이다. 부상자도 24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이후 터키에서 발생한 테러로 21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외국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테러범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국인을 직접 노리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테러는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줬다. 지난해 터키의 관광산업 수입은 약 315억달러로 전년(약 343억달러)보다 8.1%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터키를 찾은 러시아 관광객은 18.5% 감소했다. 터키 관광산업에서 러시아 관광객 비중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같은 기간 독일 관광객도 6.3% 줄었다.

외신들은 터키 정부가 테러를 막지 못하면 국가 경제가 흔들릴 정도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터키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과격 쿠르드족이 또 다른 테러를 벌이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하고 나섰고, 이슬람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세력인 IS도 시리아에서 세력을 확대한 자신들에게 공습을 퍼부은 터키를 상대로 추가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


◆EU와 합의한 난민해법도 난항 예상

터키가 18일 EU와 합의한 난민해법은 인권 문제가 걸림돌이다. 터키는 지금까지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입국한 난민을 모두 데려오기로 했다. 그리스 현지에서 시리아 난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모두 터키로 돌려보내진다. 터키는 재입국한 난민을 일일이 분류해 시리아 출신 난민만 다시 그리스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그리스에 머물고 있는 난민을 터키로 데려오는 방법부터 이들을 재분류하는 방법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조차 “EU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엄청나게 힘든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터키는 자국 내 시리아 난민 가운데 연간 7만2000명만을 유럽으로 보낼 수 있는데 이후에는 국제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 이외에는 명확한 절차를 마련하지 못했다.

UN 인권기구와 국제 인권단체들은 난민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난민 합의는 ‘설탕으로 코팅된 청산가리’”라고 혹평했다. 터키가 난민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지 못하면 EU 가입이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개발 의지가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언론사를 강제로 법정관리로 보내는 등 권위주의 정치에 대한 내부 반발까지 거세져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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