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바꾼 여야 '경제통' 선대위원장, 경제정책 시각차 뚜렷

입력 2016-03-20 19:30
강봉균 "중소기업 육성한다며 경기 위축시키는 정책 펴선 안돼"
김종인 "재벌위주 경제구조 깨야 저성장 탈출"

강봉균 새누리 선대위원장
DJ정부 경제수석 출신…경제정책은 보수 가까워

김종인 더민주 선대위원장
박근혜 정부 경제 밑그림 그려…진보적 경제정책 펼쳐


[ 유승호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 경제수석과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 수장. 4·13 총선 여야 선거대책위원장의 과거 경력이다. 하지만 진영이 바뀌었다. 김대중 정부 경제수석이었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에 내정됐고 박 대통령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겸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엇갈린 행보만큼이나 경제성장, 복지, 증세 등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강 전 장관은 대표적인 야권 경제통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경부 장관을 지냈고 더민주의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에서 3선 의원을 했다. 다만 정통 경제관료로서 경제정책 철학은 보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의원에서 물러난 뒤 2012년 9월부터 건전재정포럼 대표를 맡으면서 재정수지가 악화할 수 있는 예산을 지출할 땐 재원 확보 방안을 함께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는 ‘페이고(paygo) 원칙’ 적용 등을 주장해 왔다.

국회의원 시절엔 당내 실용주의 성향 의원들과 함께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에서 활동했다. 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강 전 장관 영입을 추진했다.

김 대표는 경력만 보면 새누리당에 가깝다. 제 5~6공화국 때 세 차례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2012년 대선에선 박 대통령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서 현 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김 대표는 보수 정부에 주로 몸 담았지만 비교적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펼쳤다. 건강보험 도입을 주도했고 1987년 개헌 때 경제민주화 관련 조문을 넣는 데 역할을 했다.

강 전 장관과 김 대표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최근 김 대표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듣기에는 근사하고 달콤할지 모르나 청년 일자리 창출에 무슨 실효가 있느냐”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며 대기업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는 것이 강 전 장관의 주장이다. 대다수 중소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대기업 경기에 연동돼 있어 대기업 투자를 원활하게 하는 쪽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개선해야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복지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강 전 장관은 “정치권이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아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더민주가 내놓은 기초연금 30만원 인상 공약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청년 구직수당에도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복지를 단순한 소비로 생각지 마라. 복지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복지의 생산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정치적 의지를 갖지 않고 현실적인 제약만 따지면 복지정책을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증세에 대해 김 대표는 복지 재원 마련 등을 위해 법인세 인상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강 전 장관은 세금 인상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