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공포…러다이트의 재현인가?

입력 2016-03-18 18:48
인공지능(AI)의 진화 속도가 가파르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는 세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을 4-1로 이겼다. 대국 전 압도적이던 ‘인간 우세’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알파고는 수읽기에 능수능란했다. 판단은 예리하고 빨랐다. 입력된 엄청난 기보(棋譜)를 응용해 변칙 상황에 대처하는 직관까지 갖췄다는 분석도 나왔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이 일반의 생각보다 더 많이 진화하고, 더 깊이 인류의 삶 속으로 들어왔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인공지능은 자산관리나 자동차 운전 등 일상생활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연산규칙)을 이용한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는 주식 채권 투자에 쓰이고, 구글의 시험용 자율주행자동차는 이미 300만㎞ 이상을 달렸다. 로봇이 기사를 쓰는 ‘로봇저널리즘’ 시대도 성큼 다가왔다. AP통신·블룸버그·포브스 등 해외 주요 언론 매체는 로봇 기자를 기사 작성에 서서히 투입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이런 발전을 두고 일부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고 사람을 조종하게 될 것이라며 ‘로봇 경계령’까지 내놓는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걱정이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인류는 새로운 발명품을 언제나 두려움으로 마주했다.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온갖 괴소문과 근거 없는 주장들이 떠돌기도 했다. 전기·기계·자동차·비행기·인터넷이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800년대 산업혁명 당시 유럽에서 벌어진 ‘러다이트 운동(기계파괴 운동)’은 발명품 방직기계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방증한다. 사회주의자 카를 마르크스는 노동자의 이런 심리를 자극했다. 그는 당시 공장의 기계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괴물의 배후에 자본가 계급이 있다며 사람들을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으로 양분한 뒤 노동자 계급의 투쟁을 부추겼다. 하지만 그가 말한 그 ‘괴물’ 덕에 인류는 그때보다 훨씬 나은 문명 생활을 하고 있다.

새로운 발명품이나 신기술은 언제나 산업 구조조정을 몰고온다. 일부 산업은 쇠퇴의 길을 걷고 일부 산업은 새로 탄생한다. 한편에서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그러면서 새로운 발명품과 기술은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여 덜 일하면서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인류의 삶의 질은 그렇게 향상된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 산업 구조조정을 몰고올 것이다. 인공지능이 몰고올 산업의 변화를 읽으면 새로운 일자리가 어떻게 탄생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 2, 4, 5, 13면에서 인공지능의 의미와 관련 산업의 변화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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