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좋아한 인공지능 개발천재… "다음 도전은 스타크래프트"
데미스 허사비스(40). 영국 국적인 이 남자는 지금 한국에서 왕년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만큼 유명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깨어나 보니 유명해져 있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허사비스. 그를 검색하면 알파고의 아버지로 뜬다.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을 벌인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개발한 천재다.
그의 공식 직함은 알파고를 개발한 스타트업 ‘딥마인드 테크놀로지’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한국에서 미래 기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한 바둑에서 세계 최강자인 이 9단을 이길 수 있는 알파고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미래 과학도들은 방법을 궁금해 하고 있다.
그는 원래 게임을 좋아했다고 한다. 어릴 적 체스 영재로 주목받았다는 것을 보면, 그와 바둑의 만남은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컴퓨터 게임 개발에도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17세 때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개발해 수백만 개를 판 적이 있다. 이런 기질에 맞게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어릴 적 천재소리를 듣 ?이 9단이 바둑에 ‘올인’한 반면 그는 컴퓨터 게임개발에 투신했다. 허사비스는 학사과정을 마친 뒤 두뇌 게임의 올림픽으로 통하는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에 출전해 다섯 번이나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컴퓨터 게임을 더 잘 만들기 위해 그는 인지신경과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학위 후 허사비스는 교수의 길 대신 창업을 택했다. 2010년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공부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MIT와 하버드에서 박사후 연구과정을 밟았다. 이때 그는 동양의 신비로운 게임 바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알파고를 잉태한 것이다. 바둑이야말로 인공지능이 극복해야 할 게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허사비스는 짝궁이 필요했다. ‘알파고의 어머니’로 통하는 데이비드 실버 박사와의 만남이다. 두 사람은 케임브리지대 동문이자 친구였다. 실버 박사는 컴퓨터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다.
허사비스는 바둑에 강화학습(딥 러닝)을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었다. 알파고에는 형이 있었다. 바로 모고(MoGo)다. 모고는 알파고에 비해 훨씬 저능한 바둑 프로그램이었다.
모고는 가로세로 9×9인 바둑판에서 놀았다. 18×18 크기의 바둑판에서 논 알파고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모고는 한국의 김명완 9단과 9점 접바둑을 둬 승리하는 결실을 거뒀다.
모고를 알아본 것은 구글이었다. 구글은 2014년 1월 4억파운드(약 6800억원)를 주고 딥마인트 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허사비스와 실버 팀은 알파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길 확률이 높은 경우의 수를 골라내는 전략을 적용했다. 알파고를 공부시키기도 했다. 프로기사들이 둔 기보 10여만 건을 입력한 뒤 3000만 개의 수를 강화 학습시켰다. 고수들이 둘 만한 곳을 예측해서 어느 착점이 가장 이길 만한 수인지를 찾아내는 방식이었다.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두 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수를 선택한다. 1초에 수만 가지의 수를 검토할 수 있게 했다.
허사비스는 “인공지능이 사용될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인공지능이란다. 우리나라에선 왜 허사비스가 안 나올까?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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