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열정 보겠다"…3개월간 30시간 면접보는 일본 기업

입력 2016-03-18 18:19
수정 2016-03-21 13:04
채용에 1억 들여 품성·통찰력 평가

직원들, 일하는 보람 느끼며 근무

박봉에도 13년간 만족도 1위 지켜


[ 이상은 기자 ]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300여개의 판매조직(딜러숍)과 거래한다. 300여개 회사 가운데 어느 곳이 가장 뛰어날까? 이를 알기 위해 도요타는 차를 팔 때, 그리고 차를 판 뒤 3년 후 각각 설문을 해서 고객만족도 순위를 매겨 300여곳을 줄을 세운다. 그런데 지난해 도요타는 순위를 더 이상 발표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한 회사가 13년 내내 압도적인 1등을 해서 순위를 발표할수록 다른 딜러숍의 사기만 꺾인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그 회사가 ‘넷쓰도요타난코쿠’다. 시코쿠섬 고치현의 한 딜러숍이다. 넷쓰는 이 회사가 속한 상위 총판의 이름이고, 도요타는 도요타 차를 판다는 뜻이고, 난코쿠(南國)는 지역명이다. 한국식이라면 ‘청주현대차판매’ 정도다.

고객 만족도를 월등하게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면 특별한 비결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일본 자동차 판매의 특징인 가가호호 방문판매를 일절 하지 않는다. 1980년 이 회사를 차린 요코다 히데키 창업자(현재 상담역)는 2년 만에 방문판매 전략을 포기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직원한테도 시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손님이 점포에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면 영업이 될까? 된단다. 한 번 온 손님을 감동받게 해서 그 손님이 10년 뒤 차를 바꿀 때 다시 오게 하고, 다른 손님을 소개하도록 유도하는 게 영업전략이다. 실적 차트도 없고, 상대평가도 없다. 그래도 도요타의 매출 최상위 딜러숍이다.

그러면 아주 특출난 고객감동 비법이 있어야 할 듯하다. 무얼까. 일본 회사의 특징인 매뉴얼인가. 아니다. 손님에게 최선의 방법을 찾는 데 방해가 된다며 이 회사는 따로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았다. 다만 고객들은 이 회사 직원들에 대해 “모두 웃는 표정이 보기 좋다”라든가 “모두 자발적인 태도인 것 같다”고 평가한다. 요코다 창업자는 이 점이 넷쓰도요타난코쿠의 ‘비결’이라고 그의 책 회사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다에 적었다.

왜 그런가. 그것은 이 회사의 목적 자체가 ‘직원의 일하는 보람’이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줘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사람을 뽑아서 열심히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문제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스스로 몰입해 해법을 강구한다는 게 이 회사의 철학이다.

많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기를 원한다. 물론 현실은 정반대다. 그 이유에 대해 요코다 창업자는 “직원들을 그렇게 (수동적이게) 한 것은 사장 자신이라는 것부터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비결은 처음부터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는 누구나 자발적으로 손님을 세심하게 살피고 성실하게 설명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따라서 그럴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애썼다.

이 회사는 작기 때문에 한 해 5~10명밖에 뽑지 않는다. 수십년 전부터 한해 1000만엔(약 1억원)씩 채용에 썼다. 한 번에 5시간씩 3개월에 걸쳐 6번, 총 30시간에 걸쳐 면접을 본다. 단시간 내 알아볼 수 없는 ‘인간성(품성·통찰력 등)’을 보겠다는 뜻에서다.

정작 돈은 많이 안 준다. 조건을 보고 오는 사람보다 진짜로 일에서 보람을 느낄 사람을 찾기 위해선 약간 박한 연봉이 오히려 낫다는 이유에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하는 경영자는 많다. 하지만 진짜로 사람을 뽑을 때부터 직원에게 공을 들이는 회사는 많지 않다. 중소기업 CEO 중에는 연봉이 낮아 좋은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넷쓰도요타난코쿠의 사례를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CEO 스스로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가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