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이재오·주호영 등 탈락 수용 못해"…이한구 "뒤늦게 딴소리"

입력 2016-03-16 21:51
새누리 '비박계 컷오프' 놓고 정면 충돌

김무성 대표 "8곳 의결 보류"…공관위에 재의 요구
진영·류성걸·안상수·권은희 등 지역구 거론


[ 이정호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이재오(서울 은평을),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 등 비박(비박근혜)계 현역 의원을 대거 컷오프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심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공천 심사를 이끌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한 반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공천 기준 및 방식을 놓고 그동안 신경전을 벌인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이 결국 정면충돌하면서 공천 심사 결과를 둘러싼 당내 분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전하며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심사 결과에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에) 단수추천 지역 11곳이 올라왔는데 이 중 7개 지역의 의결을 보류했다”며 “우선추천지역 한 곳도 (의결을) 보류하고 또 한 곳은 공관위에 재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결을 보류한 이유는 첫째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었고, 둘째 국민공천제 취지에 반하는 전략공천 성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역 의원의 경선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전날 컷오프 명단에 오른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과 대구 비박계 중진 주호영 의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옹호했다. 이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는 이 의원 대신 정치 신인 유재길 전 은평미래연대 대표의 공천이 확정됐다. 주 의원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은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변경됐다. 이날 최고위가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의를 요구한 곳이다.

김 대표는 이 의원과 관련,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당 원내대표를 두 차례 한 사람이고, 우리 정권에서 장관을 한 사람이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가장 앞장서 싸운 대표적 인물”이라며 “우리 당에서 다섯 차례나 공천한 사람을 이제 와서 정체성에 맞지 않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주 의원에 대해선 “세월호 사고를 잘 수습하고 공무원연금개혁위원장으로 개혁 완수에 큰 역할을 했고, 국회 정보위원장으로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국회선진화법 위헌 심판에도 앞장서는 등 누구도 나서기 어려운 일에 솔선수범해온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의결을 보류한 나머지 지역은 “선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밝히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현역 남성 의원?있는데 굳이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했다”고 한 곳은 진영 의원이 컷오프된 서울 용산으로 추정된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하고 있는 사람을 배제하고 2등을 단수추천한 곳”은 현역 류성걸 의원 대신 친박계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공천한 대구 동갑, “여론조사에서 2등도 아닌 하위 후보를 단수추천한 곳”은 서울 송파을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또 “어느 지역의 선거를 이끌어갈 의원이 탈락했다”고 했는데, 인천시당 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을 두고 한 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어떤 여성 현역 의원에겐 경선 참여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한 곳은 권은희 의원이 컷오프된 대구 북갑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