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관리위-최고위, '유승민 공천' 핑퐁게임

입력 2016-03-16 18:45
"컷오프 해야" vs "역풍 우려"

최고위서도 격론…결론 못내


[ 이정호 기자 ] 새누리당의 4·13 총선 지역구(253개) 공천 심사가 비박(비박근혜)계 3선 유승민 의원(사진) 지역구(대구 동을)만 제외하고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번 20대 공천 심사를 놓고 당 안팎에서 ‘비박계 공천학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그동안 친박(친박근혜)계의 집중 견제 대상이었던 유 의원의 공천 여부 결정만 남은 것이다. 여론 역풍을 신경쓰는 공천관리위원회는 추가 심사계획을 밝히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최종 발표가 이번 주말로 늦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16일 김무성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일곱 차례에 걸쳐 발표된 공천관리위원회의 지역구 공천심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날 회의에선 공천관리위원회 내부 이견이 팽팽한 유 의원의 공천 문제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당 정체성 위반’ 사유로 낙천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컷오프 기준 및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0월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한 것도 공천 배제 이유로 꼽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유 의원을 컷오프하면 여론 역풍을 맞아 수도권 등 접전 지역 선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공천관리위원회 내에서) 견해차가 있는 만큼 감각이 있는 분(최고위원)들의 얘기를 들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심사 방향에 대해 “될 수 있으면 합의로 처리하려고 한다. 여기저기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말해 결과 발표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을 시사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굉장히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한 문제로 파장이 크기 때문에 정치적인 고려를 많이 해야 한다”고도 했다.

공천심사 결정이 연기되면서 유 의원은 별다른 활동 없이 대구 지역구에 있는 자택에 칩거하고 있다. 전날 공천심사에서 컷오프된 친유(친유승민)계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유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들은 줄줄이 공천 탈락했다. 김희국(중·남) 홍지만(달서갑) 권은희(북갑) 류성걸(동갑) 의원 등 같은 대구 지역 4명을 포함해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이이재(강원 동해·삼척) 의원 등 총 7명이다.

당내 일각에선 여론 역풍의 부담을 느끼는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시간을 끌다 유 의원을 공천하며 극적 효과를 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