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간 통상현안을 논의하는 회의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양국 간 기술규정, 표준, 시험인증 등 이른바 무역관련 기술장벽(TBT) 위원회가 어제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데 이어, 오늘은 한·중 통상장관 회의가 예정돼 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논란 등 중국의 비관세 장벽이 이슈로 부상한 터여서 이번 회의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양국이 경제문제를 정치·외교적 현안과 분리해 슬기롭게 해결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했지만 협정 자체가 ‘낮은 수준’의 FTA였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앞으로 어떤 통상이슈가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비관세 장벽에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중이 FTA를 통해 비관세조치 협의기구 설치, 투자기업 애로사항 담당부서 지정 등에 합의했지만 이것만 갖고는 문제 해결을 담보하기 어렵다. 얼마전에 문제가 됐던 전기차 배터리만 해도 현지에 공장까지 설립한 한국 기업들로선 졸지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격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비관세 장벽이 매우 복잡하다는 점이다. 인증만 해도 그렇다. 중국은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강제성 인증제도 마크 부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까다로운 인증 절차에다 예측하기 어려운 심사기간 등으로 수출기업이 느끼는 애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가 TBT 위원회 등을 통해 양국간 상호인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 분야 비관세 장벽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각종 인허가나 수출입 통제, 정부조달·지식재산권·보조금 등과 관련한 제한도 모두 비관세 장벽에 해당한다. 대상 업종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금융과 문화콘텐츠 등을 망라한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모든 업종에 걸쳐 무역 제한이 가능할 정도다. 결국 비관세 장벽 해결 없이는 한·중 FTA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중국의 비관세 장벽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구체적 대응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한·중 FTA가 ‘무늬만 FTA’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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