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明暗 ① 계좌이동제에 대한 열등감

입력 2016-03-15 16:36
수정 2016-03-20 15:22

(김은정 금융부 기자) “확실하게는 몰라도 올해 금융정책의 최고 히트는 아마 계좌이동제일 겁니다.” 최근 금융권 임직원들을 만나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연일 신문과 방송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앞다퉈 다루고 있는데 말이죠. 들어보니 이랬습니다.

자동이체 계좌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 변경 건수는 최근 200만건을 넘어섰습니다. 페이인포라는 전용 사이트에 접속해 직접 계좌 조회·변경·해지를 할 수 있게 된 지난해 10월 계좌이동제 2단계 시행 이후 4개월 만의 일입니다.

페이인포에서 하던 모든 일을 은행 창구나 인터넷, 모바일뱅킹을 통해서도 할 수 있게 된 지난달 말 3단계 시행 이후에만 155만 건의 계좌이동이 이뤄졌습니다. 3단계 시행 이후에는 50대 이상 소비자가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고요. 실생활에서 필요했던 서비스인 데다 중·장년층까지도 금융회사 영업점 등을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확대된 덕분입니다.

서울 당산동에 사는 가정주부 이 모씨(53)는 “뭔가 제도가 바뀌거나 새로운 제도가 생겼을 때 이렇게까지 편리함을 체감한 적은 처음”이라고까지 말하더라고요.

금융당국과 은행들도 기대 이상의 소비자 반응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손 쉬워진 계좌이동으로 인해 주거래 소비자를 뺏길까 봐 조급해진 은행들은 각종 우대 서비스와 계좌이동을 겨냥한 신상품을 내놓고 있고요.

이에 비해 비슷한 시기에 선 보인 ISA에 대한 반응을 확연히 갈립니다. 은행과 증권회사간 업권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자율 경쟁에 따른 금융상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많습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1000조원 규모의 단기 부동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과 증권회사들의 ‘쩐의 전쟁’이 점화됐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한 사람당 ISA 계좌를 하나밖에 개설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자동차 등 값비싼 경품을 내걸 정도로 총력을 다해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4일 ISA 출시 첫날 가입자 32만 명 중 상당수는 최저 가입금액인 1만원 정도를 넣는 데 그쳐 실수요자로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유는 ISA의 매력과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최대 5년의 의무 가입 기간이 여윳돈이 별로 없는 서민층에 불리할 뿐만 아니라 기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 비해 탁월하게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고 하네요.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대부분 금융상품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ISA 수수료를 감안했을 때 별다른 실익이 없을 수 있단 겁니다.

상황이 이런 데도 금융회사들은 일단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된 모습입니다. 불완전판매가 우려되는 모습도 벌써부터 포착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이동제와 ISA 모두 민간 금융회사가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추진한 제도나 상품이 아니라 금융당국이 추진한 것이니만큼 어느 한 쪽의 성과가 부각되는 게 금융당국 내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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