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부터 전투화까지…세계로 발 뻗는 트렉스타

입력 2016-03-14 19:14
수정 2016-03-15 10:20
'수출 전사'로 나선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

혹한기 특수화·해군화 등 맞춤 군화 150만켤레 수출
끈 묶을 필요없는 신발 개발…영역 넓혀 해외시장 개척


[ 김희경 기자 ] 2010년 9월 국내에서 ‘물 새는 전투화’ 논란이 확산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방부는 군화 납품업체를 바꾸기로 했다. 국방부가 군화 납품을 요청한 곳 중 한 곳이 국내 아웃도어 신발업체인 트렉스타였다.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는 당황했다. 군화는 전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민 끝에 도전을 결심했다. 그는 ‘등산화처럼 발에 딱 맞고 편안한 군화를 생산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맞춤형 군화로 수출길 열어

5년 후 트렉스타는 군화로 새로운 수출길을 열었다. 국내에 연간 100만켤레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미군과 러시아군, 프랑스군 등에도 수출하게 됐다. 올해엔 최대 150만켤레를 공급할 방침이다. 매출도 급증했다. 2010년 911억원에서 지난해 1500억원으로 뛰었다. 권 대표는 “아웃도어 신발에서 군화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고 ?또杉?

권 대표는 한 신발업체에서 일하다가 1988년 동호실업을 설립, 신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엔 해외 업체들에 등산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했다.

1994년엔 자체 브랜드 ‘트렉스타’를 출시했다. ‘편안한 신발’이란 입소문이 나며 해외 46개국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특히 아시아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유럽 아웃도어 미디어그룹인 EMD 조사에 따르면 트렉스타는 2014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아시아에서 아웃도어 신발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그러던 중 군화는 도약의 기회가 됐다. 그는 군화를 제작하기 전 국가별 기후, 훈련 특성 등을 연구했다. 일반 군화뿐 아니라 특수군화 등도 개발했다. 권 대표는 “영하 40도 이하의 혹한기 전용 특수군화, 해군 군화, 방사선 저항 특수화 등 다양한 군화를 생산했다”며 “많은 국가에서 주문해 올해 수출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끈 묶지 않는 ‘핸즈프리’도 개발

기존의 아웃도어 신발 부문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핸즈프리’ 신발이 대표적이다. 그는 허리가 좋지 않은 아내가 신발을 신고 벗을 때마다 허리를 굽히는 것을 유심히 바라봤다. 3년의 연구 끝에 그는 2014년 10월 핸즈프리 신발을 선보였다. 신발 뒤축에 롤러가 달려 있어 뒤축을 발로 살짝 당기면 끈이 저절로 묶이고 풀린다.

지난해 12월엔 신발 끈을 잘 묶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해 ‘핸즈프리 키즈’도 선보였다. 그는 “핸즈프리가 몸이 불편한 어른뿐만 아니라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웃도어 박람회인 ‘2015 아웃도어스포츠용품전(ISPO)’에서 이 제품은 황금상과 올해의 아시아 제품 대상을 받았다. 권 대표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세계적인 아웃도어 신발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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