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공천 '칼바람'] '친노 좌장' 탈락시킨 김종인 "정무적 판단…이유 묻지마라"

입력 2016-03-14 18:39
더민주, 김종인-친노, 갈등 예고

친노 지도부 대거 공천 배제
전해철·서영교 등 초·재선은 살려
'패권 청산' 카드로 총선 승부


[ 은정진 기자 ] 친노(친노무현)계 ‘상징’으로 꼽히는 6선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세종)을 공천 배제한 것은 전적으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사진)의 의지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대외적으로 용퇴를 유도하는 발언을 흘리며 이 의원을 압박해왔다. 이 의원이 선거사무실 개소식으로 용퇴를 거부하자 결국 강제 퇴출의 ‘칼자루’를 꺼내 든 것이다.

김 대표는 14일 이 의원의 공천 배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배제) 이유에 대해 물어보지 말라”며 “정무적 판단을 어떻게 얘기하느냐.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이 의원 공천은 내 손을 떠나 비대위의 정무적 판단이 남은 상황”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이 의원 탈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민주는 ‘벌집 쑤신듯’ 술렁거렸다. 그동안 잠재됐던 친노·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김 대표 간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 의원은 선거구도 전체를 놓고 공천관리위원회가 고심 끝에 내린 정치적 결단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친노를 중심으로 김 대표 개인의 정무적 판단에 의존, 공천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가 광주 3선의 강기정 의원과 3선의 전병헌 오영식 의원 등 범친노인 정세균계를 탈락시키면서 ‘친노 패권주의’ 청산의 군불을 지핀 뒤 친노의 상징인 이 의원까지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친노 핵심부를 도려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김 대표와 이 의원 간 과거 악연도 이번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88년 13대 총선 당시 평민당 신인으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이 의원은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로 나선 김 대표를 꺾고 국회에 입성해 이곳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이 의원 측은 “당의 불의한 결정에 조만간 견해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이날 이 의원 외에 ‘컷오프’ 대상으로 분류된 6명 중 이미경(5선), 정호준(초선)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했다. 대신 친문으로 분류된 전해철 의원과 서영교 의원은 살아났고, 범친노인 설훈 의원도 경선 참여로 일단 구제됐다.

김우남(제주을) 이상직(전북 전주을) 유대운(서울 강북을) 의원과 서울 양천갑에 신청했던 김기준 의원(비례대표) 등 현역 의원 네 명은 경선에서 패해 낙천했다. 더민주는 지역구 253곳 가운데 88.1%인 223곳에 대해 후보를 확정하거나 공천 방식을 결정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