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국민연금 공공투자 옳은가요

입력 2016-03-14 07:00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서 국민연금을 공공투자에 사용하자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임대주택 및 보육시설 확충에 국민연금기금을 매년 10조원씩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국민연금기금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야당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재산인 만큼 공공주택 등의 투자에 쓰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을 국민의 동의도 없이 정치권이 멋대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총선 때만 되면 나오는 국민연금 동원 공약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인프라 투자 늘리면 국민연금 가입 늘어"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10년간 매년 10조원씩 총 100조원의 국민연금기금을 임대주택과 보육시설 등에 투자하는 방안을 20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임대주택을 142만가구 추가 공급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은 5600개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대주택 비중은 현재 5.2%에서 13%까지, 국·공립 보육시설의 아동 수용률은 현재 10.6%에서 30%까지 각각 끌楮첩?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연기금을 사용해 국내에 주택이나 보육시설에 투자하면 그 자체가 한국 경제의 성장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출산 고령화를 극복하려면 재원 조달이 필요한데 연금에 돈을 넣는 사람이 늘어야 연금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며 “주택이나 보육시설 투자는 장기적으로 주택 문제와 저출산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는 이와 함께 “국민연금의 공공투자는 국가와 지자체의 공공인프라 확충 사업에 국민연금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투자 정책인 만큼 투자 수익률에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기금 성격도 있다”며 “해마다 50조원씩 늘어나는 기금 중 5조~10조원을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연금 투자 대상 사업이 국민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거나 기금 자체의 지속에 도움이 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 반대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끌어쓰는 건 곤란"

정부와 새누리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야당 측의 국민연금 활용 총선 공약에 대해 “안정성과 수익성이 기금 운용 대원칙”이라면서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퓽揚?“국민연금의 청년희망임대주택 건설 등에는 수천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며 “국민연금을 주머니 돈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복지 포퓰리즘 차원에서의 반대로 적지 않다. 특히 현재 야당이 주장하는 임대주택이나 어린이집 등은 대부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결국은 재정에 부담을 주거나 기금에 손실이 전가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국채를 매입하면 원금과 약정이자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일반 국고채와 같은 차원에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가 부채 증가와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 악화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060년 국민연금 고갈을 고려해 보험료를 올려도 모자라는 상황인데 여기저기서 복지사업에 기금을 쓰기 시작하면 불신이 커지고 임의가입자가 탈퇴하는 등 대란이 일어날 우려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연금 급여 지출을 위한 일종의 책임 준비금 성격이 있는 만큼 재무적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야당에서 공약으로 제시하는 공공투자에 돈을 넣을 경우 수익 보장이 극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국민연금이 수익률이 높은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이 연금재정 기반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 생각하기 "기금 고갈은 시간 문제라는 점도 생각해야"

국민연금의 공공투자에 대한 찬반은 국민П鳧?성격을 어떤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관계 없이 전 국민을 위한 것으로 본다면 임대주택이나 보육시설 확충에 쓴다고 해도 반대하기 힘들 것이다. 반면 가입자를 위한 것이라고 본다면 가입자로부터 아무런 동의도 없이 특정 용도에 쓰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을 복지사업에 쓰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현재 5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 규모가 2040년이면 2300조원으로 불어난다며 이 중 일부를 떼어내 공공사업에 쓰는게 뭐가 문제냐고 말한다. 하지만 2300조원이 된 후 불과 20년 만인 2060년이면 국민연금은 고갈될 전망이다. 기성세대들은 2060년 이후는 상관할 바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10대, 20대에게는 노후가 걸린 심각한 문제다. 단지 먼 미래라는 이유만으로 “그건 그때 가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지금 마구잡이로 당겨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연금은 세대 간 부조다. 당장 기금이 늘어난다고 펑펑 쓸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장기간 어떻게 지속적으로 기금 규모를 키워 미래 후손들의 노후까지 어떻게 오랫동안 보장할 수 있을지부터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