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아이오닉 타고 '서울-부산-남해' 1050㎞ 달려보니

입력 2016-03-13 08:35

[ 김정훈 기자 ] 2박3일간 달렸다. 총 운전시간은 16시간.

지난 주말 아이오닉 시승차로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향했다. 굳이 멀리간 이유가 뭐냐고 물을 수도 있다. 국산 하이브리드 전용차로 나온 신차여서 꼼꼼히 타보고 싶었고 제대로 평가하고 싶어서다.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오닉에 대한 관심은 소비자가 탈만한 차인지 여부다. 아직 시장에서 검증이 안됐고 서울 시내에서 보기 어려운 차여서 막상 구매가 망설여질 수 있다.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차라면 아무래도 먼저 구매해도 괜찮을지 걱정이 앞서게 된다. 검증 안된 차인 만큼 초기 시장 반응은 미미하다.


◆ 장거리 주행연비 L당 20㎞ 살짝 넘어

아이오닉은 복합 연비가 22.4㎞/L다. 그동안 시장에 나온 국산차 중 단연 고효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요즘 저유가여서 이런 수치가 별로 실감이 안난다. 기름값도 싼데 무슨 하이브리드차를 타냐는 말들도 나온다. 기자 역시 공감한다. 다만 국제유가는 언젠가 다시 오를 테고, 서울시내 주유소 휘발유가는 L당 2000원 시대가 찾아올 수도 있다.

경기 기흥에서 경북 김천까지 경부고속도로 약 200㎞ 구간에서 먼저 고속주행 연비를 체크해봤다. 아이오닉은 배기량 1580㏄ 가솔린 엔진에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더블클러치 변속기(DCT)를 얹었다. 변속기 위치를 좌우로 움직여 에코(변속기 우측)와 스포츠(변속기 좌측) 두 가지로 변환할 수 있다. 초반은 에코모드로 달렸다. 김천 지점에서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연비는 22.0㎞/L가 나왔다.

하이브리드차의 효율은 저속 구간에서 EV(전기)모드로 움직일 때 극대화된다. 고속에선 엔진이 구동에 관여해 연료 효율은 일반 가솔린 차량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그런데 아이오닉을 타보면서 한가지 유용한 팁을 알게 됐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운전자 습관에 따라 연비는 충분히 낮아지고 높아질 수 있다는 거다. 바로 '탄력 주행'의 사용 횟수다.

아이오닉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곧바로 EV모드가 걸린다. 시속 100~120km 주행에서도 페달만 사용하지 않으면 경제 운전이 가능하다. 물론 고속에서 페달을 자주 밟으면 연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속 100㎞ 속도에서 약 1분간 페달을 살짝 밟았다가 뗐다를 반복했더니 계기판은 EV모드가 유지됐다.

부산 광안리에서 통영으로 갔다. 통영에선 다시 남해 삼천포대교까지 달렸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진주와 대구를 거쳐 복귀했다. 총 주행거리는 1050㎞, 서울까지 도착한 최종 연비도 L당 20㎞ 살짝 넘었다. 이 정도 수치면 연비 갖고 굳이 트집을 잡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 아이오닉은 구매 할만한가?

아이오닉이 프리우스와 다른 점은 시동을 걸면 곧바로 엔진이 반응한다는 점이다. 시속 40㎞를 넘어서면 엔진이 개입하는 프리우스와 다르다.

성능은 준중형급 세단치곤 경쾌한 편이다. 스포츠모드에선 160~170㎞까지 속도를 높여도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하체가 꽤 단단했다. 최근 타본 신형 아반떼와 가속감은 흡사했다. 1.6L 하이브리드차는 운전 재미가 없을 꺼란 편견을 갖고 있었으나 직접 체험해보니 의외로 탈만했다.

서울로 올라올 땐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했고 여주까지 약 100㎞ 구간에서 스포츠모드 변환 주행 연비를 측정해봤다.



아이오닉은 계기판 오른쪽에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의 운전모드(경제운전, 보통운전, 비경제운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놨다. 비경제 운전이 전체 운전 중 30%에 달한다는 표시가 뜬다. 실주행 연비는 15.6㎞/L 찍혔다. 역시 기름 소모가 많다. 대신 운전 재미는 에코보단 스포츠가 좀더 낫다. 아이오닉 실주행 연비가 20㎞/L 넘을려면 무조건 에코모드로 운전해야 한다.

실내 공간은 운전석과 동승석까진 좋다. 2열 뒷좌석은 4인가족이 타기엔 비좁다. 뒤좌석에 앉아보니 좁게 느껴진다. 해치백 차량이어서 트렁크 공간은 충분히 넉넉하진 않았다. 2열 시트는 접어봤다. 솔로 또는 신혼부부 나들이 차량으로 적합해 보였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선호도는 낮아지겠다 싶다.

주변 사람들한테 가격은 어떤지 물어봤다. 편의옵션을 몇가지 넣으면 2800~2900만원(편의사양을 빼면 2300만원부터)은 줘야 한다니깐 대부분 비싸다는 반응이다. 차라리 이 가격대면 쏘나타 또는 K5를 타는 게 낫다는 반응이다.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차라는 생각보단 단지 차급만 보고 가격대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아이오닉의 출시 시점은 저유가 시기여서 좋은 상황은 아니다. 우선은 도로에서 자주 보여야 하고 먼저 체험해 본 운전자의 평가도 중요하다. 2박3일간 몰아보니 아이오닉은 '슬로 스타터' 기질이 다분하다. 분명 체험이 필요한 차다. 아이오닉을 타보기 전에 이 차에 대한 평가는 하지 말기를.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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