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이래 첫 이사회의장직 외부 개방
분기마다 배당 가능…3자배정 유증 신주발행 한도 축소
이례적 표대결에 3시간 마라톤 주총
[ 박희진 기자 ] 삼성전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 인사에게도 개방했다.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외 이사 모두가 맡을 수 있게 정관을 변경했다.
1969년 삼성전자(당시 삼성전자공업) 설립 이래 46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대표이사처럼 사내 대표이사만 의장을 맡을 수 있었다. 외부 주주의 이익 실현을 중시하는 주주 친화정책이 정착하는 바탕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11일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주주 및 기관투자자,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 4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주주 400여명이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날 그동안 대표이사로 자격이 제한됐던 이사회 의장을 사내외 이사 중 선출하는 것으로 정관이 변경됐다. 삼성전자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이사도 이사회 의장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내부인이 퓽揚?되면 빠른 업무 처리엔 도움이 되지만 경영 감독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받아왔다. 향후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게된다면 이사회는 보다 독립적으로 감독 기능을 수행하면서 주주 목소리를 회사 경영에 반영할 수 있다.
현재 의장인 권 부회장은 지난해 재선임으로 현재 임기가 2년 남았다. 빠르면 2년 뒤인 2018년 첫 사외이사 출신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탄생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셈이다. 권 부회장은 이날 "정관은 주주환원책 강화라는 글로벌 흐름에 따르고 주주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주주가치 제고 성격의 정관 변경안들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분기마다 배당이 가능하도록 배당 관련 규정이 변경됐다. 기존 정관에 따르면 그동안 삼성전자는 배당을 연간 두 번만 할 수 있었다. 기업의 배당 확대는 대표적인 주주화원 정책으로 여겨진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신주발행 한도를 줄이는 안건도 통과됐다. 유상증자로 발행주식이 늘어나게 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선 주당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3자배정 유상증자의 신주 발행 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30%에서 20% 이내로 낮췄다.
다른 안건이었던 사외이사 선임도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됐고,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이 신규 선임됐다.
송광수, 박재완 사외이사의 선임 안건은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선 이례적으로 표결에 붙여졌다. 일부 주주들이 후보들의 사외이사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며 선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전자표결이 이뤄지면서 주주총회는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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