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허무는 대신 문화·역사 살리기…감천마을 도시재생에 67억 추가 투입

입력 2016-03-10 17:34
부산 '산복도로 르네상스'

영주·초량 등 54개 동에 2020년까지 1500억 지원


[ 이현진 기자 ] 부산지하철 1호선 토성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른다. 급경사 골목길의 끄트머리까지 올라가면 알록달록하고 야트막한 단독주택이 언덕을 따라 펼쳐지는 진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독특한 분위기와 색감으로 전국적인 출사(出寫: 출장 가서 사진 찍는 것) 명소로 떠오른 감천문화마을이다.

감천2동에 자리한 이 마을은 원래 6·25전쟁 피란민촌으로 시작한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2007년께 재개발이 논의됐지만 원주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 뒤 특유의 풍광으로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며 ‘한국의 산토리니(에게해 남쪽에 있는 그리스 섬)’라는 별칭이 붙었다. 부산시와 사하구가 도시재생사업을 적극 지원해 2010년부터 부산의 관광명소가 됐다.

감천문화마을로 대표되는 부산 도시재생사업이 바로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산(山)의 중턱(腹)을 지나는 도로를 뜻하는 이 말은 그 자체로 부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평지가 부족한 부산의 특성상 개항기 ?일자리를 찾아온 외지인들은 경사진 산지를 따라 올라가 무허가 판자촌을 짓고 정착했다. 그 자리는 그대로 해방 이후 귀환동포, 6·25전쟁 피란민,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기 서민층의 정착지가 됐다. 그 공간을 잇는 길이 산복도로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북항, 국제시장, 부평시장, 서면의 합판·고무·제당공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거주지로 부산의 경제시스템을 뒷받침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부산의 기존 도심인 산복도로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대상 지역은 부산 중·동·서·부산진·사상 등 6개 구 54개 동(10만444㎡)이다.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권역별로 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6차연도 사업지인 가야·개금구역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영주·초량, 아미·감천, 범일·범천 등 1~3차연도 사업은 완료됐고 좌천·수정, 충무구역은 마무리 단계다.

불만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생활공간이 관광지화하고 사생활 침해, 소음 등으로 주민 불만이 나오고 있다. 권원중 부산시 도시재생과 주무관은 “감천문화마을은 올해부터 6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주민 불편 사항을 개선하고 있다”며 “집수리 사업, 공동화장실 설치 등 마을공동체를 위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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