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밀어붙이는 프랑스 좌파정부

입력 2016-03-09 19:24
올랑드, 경제회복 돌파구
고용·해고 쉽고 근로시간 연장
친기업적 노동법 개정안
이달 말까지 의회에 제출키로

학생·노동계 대규모 반대 시위

프랑스 청년실업률 26% 달해
독일식 노동개혁 도입한
스페인·이탈리아 등 실업률 하락


[ 임근호 기자 ] 좌파 성향의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친기업적 노동개혁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 정부가 노동법 개정안을 이달 말까지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9일 보도했다. 높은 실업률과 저조한 경제성장률에 정권 지지율이 15% 안팎으로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프랑스 실업률은 10.2%로 독일의 4.3%보다 6%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청년 실업률은 25.9%에 달했다.


◆신규 고용 80%가 임시계약직

프랑스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은 ‘고용 및 해고 요건 완화’와 ‘주 35시간 근로시간제’ 수정을 골자로 한다. 지금은 직원을 해고하려면 고용주가 법원에 경기침체 때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은 수주가 감소하거나, 새로운 경쟁 및 기술 변화에 직면하거나, 영汰缺痼?감소했을 때도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 2000년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임금 삭감 없이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인 ‘주 35시간 근로제’에도 변화를 시도한다. 앞으로 직원들은 주 35시간을 초과해 일할지를 기업별로 투표해 결정할 수 있다. 연장근무수당도 산업별 노사협약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다.

현행 노동법이 일자리 창출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프랑스 노동법전은 두껍기로 유명하다. 총 3809쪽이다. 분량이 10년 전보다 45% 늘었다. 미용사를 위한 단체교섭부문만 196쪽을 차지한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8%에 불과하지만 금속 가공부터 제빵·제과에 이르기까지 750여개 업종에 걸쳐 노조가 설립돼 있다.

정규직 보호가 워낙 철저하다 보니 한번 고용하면 해고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현재 프랑스 신규 고용의 80%는 3개월 이하 임시 계약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학생·노동단체 대규모 반대 시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사진)은 2013년 집권 초기 고소득자에게 최고 75% 세율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도입하는 등 강경 좌파 정책을 펴왔으나 최근 친시장·친기업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부유세를 폐지했고 33.3%인 법인세를 2020년까지 28%로 내리기로 했다.

부르노 코트레 파리정치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클릭을 계속하는 것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나 알랭 쥐페 보르도 시장과 맞서기 위해선 중도층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 국가의 성공 사례도 한 요인이다. WSJ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독일식 노동개혁으로 실업률을 낮춘 반면 프랑스는 10% 위에서 요지부동”이라고 표현했다. 작년 3월 통과된 이탈리아 노동법 개정안은 직장 폐쇄 등 급박한 경제적 이유가 아니면 해고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기존 노동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프랑스 학생단체와 노동단체는 이날 200여개 도시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인터넷 서명은 프랑스 사상 최다인 100만명을 넘었다. 일간 르파리지앵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 70%가 개정안에 반대했다. WSJ는 “반대파에 양보하면서 개정안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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