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탄두 소형화 실현"…국방부 "실전 능력 갖추지 못했다"

입력 2016-03-09 18:54
"주저없이 핵으로 냅다 칠 것"
김정은, 모형 앞에서 위협


[ 최승욱/김대훈 기자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에 탑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 모형을 9일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이 아직 ICBM 실전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는 이날 김정은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며 둥근 형태의 탄두 모형 앞에서 과학자, 기술자와 대화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핵탄(두)의 경량화(소형화), 표준화에 성공했다”며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핵으로 덮치려 들 때는 주저없이 핵으로 먼저 냅다 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이 성공했다고 공언한 ‘탄두 소형화’ 기술은 로켓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마찰열을 견디는 기술과 함께 장거리 로켓이 실제 ICBM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사진에는 작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KN-08 미사일 4~5기도 나타났다. KN-08은 사거리가 최대 1만2000㎞에 달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 김정은이 직접 탄두 소형화를 선전한 것은 ICBM인 KN-08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핵탄두 앞에서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점에서 공 모양의 물체는 실물이 아닌 모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군당국은 평가했다.

국방부는 김정은의 이 같은 위협에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제사회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정면 도전”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탄두 소형화 기술에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ICBM 탑재용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인 노동 1호(1300㎞)에 실을 수 있는 탄두 중량은 700㎏급이고, 대포동 1호(2500㎞)는 50~100㎏으로 추정된다. 광명성 2호나 3호(3000㎞ 이상)는 100~200㎏ 전후로 평가돼 ICBM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최소 1t 이하로 중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아직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와 KN-08의 실전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미 정보당국이 이 문제를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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