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0.1% 파격…ISA 수수료 전쟁 불붙었다

입력 2016-03-09 18:09
역마진 감수하고 최저수준 부과

NH투자증권 일임형 0.1~0.5%…저위험에서 초고위험까지 차등
"수수료 제외땐 이익 없다" 지적에 수수료 낮춰 수익률 극대화 나서


[ 김우섭 기자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증권사는 일임형 상품의 수수료를 기존 상품의 10분의 1 수준인 0.1%까지 떨어뜨렸다. ISA는 한 계좌에 여러 금융 상품을 담을 수 있는 ‘절세 통장’으로 오는 14일부터 판매된다. 투자자 본인이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신탁형 ISA와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회사가 추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에 따라 투자하는 일임형 ISA가 있다.

◆출혈경쟁 예고한 증권사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일임형 ISA의 수수료를 연 0.1~0.5%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나 위험한 상품군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진다. 예·적금 등 초저위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고객에게 연 0.1%, 고위험·고수익 상품군을 고른 투자자들에게 연 0.5%의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저위험 중위험 포트폴리오를 선택한 투자자들이 내야 하는 수수료 연 0.3% 수준이다.

다른 증권사의 일임형 상품 수수료도 1%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연 0.2~0.6%, 삼성증권은 연 0.6~1.0% 수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공언한 키움증권까지 가세하면 증권사들의 수수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상품을 지정하는 신탁형 ISA 수수료도 비교적 낮게 책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연계증권(ELS)엔 0.5%, 예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엔 연 0.1% 정도의 수수료를 붙일 계획”이라며 “계좌 관리 비용에 해당하는 기본 수수료는 아예 받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수수료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임형 ISA와 비슷한 일임형 랩어카운트(수수료 연 1.5~2.5%)의 10분의 1 안팎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의 ISA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당초 1% 내외의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었지만 은행의 일임형 ISA 참여 등으로 수수료를 더욱 낮췄다”며 “초기엔 손해를 보더라도 경쟁사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대응에 주목

금융당국의 우회적인 압박도 수수료를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수수료 부담으로 ISA 수익률이 낮아지면 국민 재산 불리기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희석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논리였다. 투자자가 일임형 상품에 1000만원을 투자해 3%의 수익이 났다고 해도 수수료가 1.5%면 투자자가 손에 쥐는 돈은 1015만원에 불과하다. 2만3100원(수익의 15.4%)의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15만원을 금융회사에 줘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수수료?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권의 일임형 ISA 판매가 본격화하면 수수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선수 하나금융투자 부장은 “ISA는 투자자 한 명이 금융회사 중 단 한 곳에 한 개 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며 “은행과 경쟁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수수료 차별화 외엔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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