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자' 붙여놓고…김무성-이한구 '단수공천 충돌'

입력 2016-03-07 18:57
총선 코앞인데 공천룰 놓고 싸우는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 간 이한구 "앞으로 나를 부르지 마라"
단수공천 반대한 김무성 "지난 총선 때도 보고했다"
'1차 공천안' 최고위 통과…이한구, 김무성에 판정승


[ 조수영/박종필 기자 ]
우선·단수추천 등 새누리당의 전략공천 명단이 공개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공천 계파 갈등의 최전선에는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맞서고 있다.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둘은 충돌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명단이 의결되면서 이 위원장이 기선을 잡았다. 하지만 추가 공천명단 발표를 앞두고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활 건 공천…반발 움직임 이어져

새누리당 공천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여권 내부의 잡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도부 차원의 충돌을 넘어서 지역에서는 사활이 걸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는 예비후보도 늘어나고 있다. 당장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의 첫 번째 사례가 된 김태환 의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별도의 발언권을 신청해 공관위 결정?반박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탈당 및 무소속 출마에 대해 “나중에 말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경선에서 배제된 안산 단원을의 허숭 예비후보는 경쟁자인 박순자 예비후보에 대한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당의 결정에 반발했다.

공관위의 2차 발표를 앞두고 후보들의 물밑 움직임도 치열해지고 있다. 당장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친박계 중진 의원들의 이름도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일부 의원은 지역 일정을 미루고 서울 여의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 발표될 대구·경북(TK)의 우선·단수추천지역은 계파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유승민 의원 및 비박계 의원의 공천 배제와 ‘진박’ 인사들의 생존 여부가 주목된다.

◆이한구 “공천에 관여 말라”

이 위원장은 전날까지 최고위 출석을 거부했다. 김 대표가 지난 4일 발표된 공천심사 1차 발표 결과를 직접 보고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공관위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반발한 것이다.

신경전 끝에 이 위원장은 최고위에 깜짝 출석했다. 전날 공관위 면접에서 면접자와 피면접자로 만나 신경전을 펼친 두 사람이 최고위에서 다시 한 번 갑을 관계가 바뀌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 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장의 직접 보고는 당헌·당규에 규정된 공천관리위의 독립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불참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13분간 진행된 최고위 보고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처음이니 예의 차원에서 (보고)하는데 앞으로는 부를 일이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부르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도 기자들에게 “내가 최고위에 가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면 공관위의 독립성에 문제가 된다”면서 “공관위는 독립된 기관인 만큼 그 누구도 압력을 넣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 대표는 과거에도 공천 관리 책임자가 발표 결과에 대해 최고위에 직접 보고하는 것은 관례였다며 “이 위원장이 유별난 것 같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에서 공관위의 우선·단수추천안에 대해 사실상의 전략공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경북 구미을이 단수추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현역인 김태환 의원이 탈락한 데 대해서도 재차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는 이날 김 대표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공관위가 4일 발표한 단수·우선추천안과 경선지역 1차 발표안을 원안대로 추인했다.

조수영/박종필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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