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류시훈 기자 ]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 어느 날 점심시간 동료에게 한 가지 게임을 제안했다. 동전을 던져서 앞면인지 뒷면인지 동료가 맞히면 자신이 200달러를 주고, 반대로 틀리면 자신에게 100달러를 달라고 했다. 확률에 의한 기대값을 계산해보면 이 게임은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동료는 “200달러의 상금보다 100달러의 손실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그의 제안을 거부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익으로부터 얻는 기쁨보다 손실로부터 얻는 상실감을 더 크게 느낀다. 이를 ‘손실회피 심리’라고 한다.
그러면서 동료는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내가 동전을 100번쯤 던질 수 있다면 이 게임을 수락하도록 하지.” 단 한 번의 승부에서 100달러를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매우 크지만,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하면 그 효용이 갈수록 플러스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근시안적 손실회피 심리’라고 한다. 즉 사람들은 시간의 틀이 짧을수록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에 따르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펀드에 투자하는 기간이 평균 1~2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후준비가 목적이라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투자 기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 매일, 매월 단위로 수익률을 체크하다 보면 손해를 볼 때의 상실감으로 인해 오래 버티기가 힘들다. 헝가리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도 성공적인 투자비법을 묻는 질문에 “일단 우량주 몇 종목을 산 다음, 수면제를 먹고 몇 년 동안 푹 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아래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시대까지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는 투자상품에 관심을 돌리게 된다. 예를 들면 전통적인 연금보험과 달리 투자 실적에 따라 운영되는 변액연금과 같은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런 상품은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을 기반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투자실적이 좋으면 환급금이 증가하지만, 투자 실적이 악화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변액연금 가입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가입을 한 경우에도 원금 도달이 힘든 초반 몇 년을 견디지 못해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기도 한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이익과 손실을 비교하는 심적 회계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또한 연금 수령 시 납입보험료를 최저 보증해주는 제도를 활용하면 최소한의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윤원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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