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안배'로 경제특구 남발
[ 조진형 기자 ]
한국은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방한 1998년부터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한 경제특구를 잇따라 지정했다. 1998년 지정된 외국인투자지역과 자유무역지역(2000년), 경제자유구역(2003년), 기업도시(2004년)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4개 경제특구의 지정 면적은 총 493.4㎢로 여의도 면적(2.9㎢)의 170배에 이르는 규모다.
개발을 시작한 지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각각의 특구는 대부분 아직도 공사 중이다. 규모가 가장 큰 경제자유구역(342.4㎢)의 개발 완료율은 17.1%에 불과하다. 미개발 지역이 총면적의 42%에 달한다.
경제자유구역의 간판인 인천경제자유구역의 FDI 유치 실적도 미미하다. 송도 등을 국제도시로 키우고 있지만 지난해 유입된 FDI 금액은 4억790만달러(도착 기준)로 전년(12억8300만달러)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충북 동해안 황해 등의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 자본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특구가 외국인투자 유치보다는 지역 안배 차원에서 남발된 탓에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관계자는 “상하이특구는 혜택을 서서히 줄여가고 있 諍?투자하려는 외국인이 줄을 서는 반면 송도로 대표되는 경제자유구역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을 위한 투자개방형 병원이나 교육기관 등의 설립을 막는 핵심 규제는 풀지 못한 채 특구만 남발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특구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올해 추진 과제로 ‘규제프리존’이 등장하면서 구조조정 작업은 뒷순위로 밀려났다. 규제프리존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특정 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종의 특구를 또 조성하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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