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임직원과 골프치는게 두려운 이유

입력 2016-03-03 16:13

(이상열 증권부 기자) “너 앞으로 미래에셋증권이랑 합병하면 나 만날 생각하지 마라. 나는 너를 피해 다닐테니까…”

대우증권의 A임원이 최근 호형호제를 할 정도로 친한 고객을 방문해 영업을 하다가 들은 말입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골프를 화제로 삼을 때였다는군요. 물론 농담으로 웃자고 한 말이었다지만, 고객은 왜 이런 얘기를 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미래에셋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인 ‘블루 마운틴’ 때문인데요. 구체적인 사연은 이렇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은 현재 계열사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대우증권 인수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본계약은 이미 체결됐고 미래에셋증권이 이달 중 잔금 지급만 끝내면 인수 작업이 완료됩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르면 연내 대우증권과 합병하는 작업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에셋그룹은 2013년 5월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에 블루 마운틴을 개장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골프장 이름은 ‘그곳에 가면 푸른 하늘과 산만 눈에 들어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살아 있는 골프 전설’이라고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는 도전적이면서도 저마다 독특한 특징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람이 가장 쾌적함을 윰ㅄ募?해발 700m대 고지에 위치해 ‘힐링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고 미래에셋은 주장합니다. 개장 후 3년이 채 안됐지만 블루 마운틴은 이제 ‘명품 퍼블릭 골프장’ 중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이 강원도 홍천에 골프장을 만든 것은 박현주 회장이 “남북한 통일 이후까지 길게 내다보면 경춘(서울-춘천) 라인은 매우 유망한 중장기 투자 지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서울과 거리가 멀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단점으로 꼽힙니다. 2009년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돼 접근성이 좋아졌다지만 서울에 사는 골퍼는 새벽에 출발해도 블루마운틴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1시간30분 정도는 차를 밟아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라운딩을 마치고 서울로 올 때 입니다. 주말 오후나 저녁에 차가 막히다보면 2~3시간은 족히 걸릴 때가 많습니다. 강서구 양천구 등 서울 서쪽 지역이나 경기도 부천 등 수도권 거주자들은 올림픽도로나 강변북로가 심하게 막히는 날에는 4시간 넘게 걸려 귀가했던 경험이 있다고 불평을 합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블루 마운틴이 개장된 이후 고객들에게 골프접대를 할 때 거의 이 골프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 사모펀드(PEF) 임직원, 거액자산가, 일반 기업 재무팀 임직원 등 미래에셋 고객 중에는 블루마운틴 말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골프장이 좋으면 뭐합니까? 블루마운틴만 한번 갔다오면 황금 같은 주말의 하루를 도로 위에서 다 날리게 돼요. 미래에셋 임직원들로부터 골프를 한번 치자고 제안을 받는 게 스트레스가 됩니다.”

앞에서 대우증권 A임원이 고객을 만나 들었던 이야기는 이런 배경을 깔고 있습니다. A임원은 “법인영업이나 IB(투자은행), 개인영업을 담당하는 부장급 이상 임직원들은 미래에셋 합병 이후 고객들에게 골프 접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외 없이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대우증권 B 부서장은 “고객들이 싫어하는 골프장에서 어떻게 계속 접대를 할 수 있겠느냐. 골프 말고 다른 접대 방법을 강구해 봐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대우증권 C 임원은 “가뜩이나 회사가 미래에셋증권과 합병을 앞두고 있어 인력구조조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전반적으로 뒤숭숭한 상황“이라며 “영업담당 임직원들은 합병 이후 골프 고객 접대라는 어찌보면 사소하지만 영업맨들 입장에선 결코 사소하지 않는 걱정거리를 하나 더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끝)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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