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설퍼, 유황비료로 남미 '농심(農心)' 사로잡다

입력 2016-03-01 19:15
흡수 빠른 유황비료 개발
브라질·호주 시장 1위

목숨 걸고 유황 분말 국산화
한국타이어·AK켐텍 등 공급


[ 이현동 기자 ]
1980년대 후반 경북 경주의 에이치설퍼(당시 세광화학공업) 공장에서는 사고가 다반사였다. 폭발로 공장 지붕이 날아가는가 하면 잇단 굉음을 참지 못한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인화성 물질인 유황을 분말로 가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유윤철 에이치설퍼 대표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펑’ 하는 소리가 생생하다”며 “직원들과 목숨을 내놓고 3년 이상 연구개발(R&D)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35년 산업용 유황 한우물

유 대표는 1981년 국내 최초로 유황 사업에 뛰어들었다. 산업용 재료로 쓰이는 유황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인근 정유화학 단지에서 유황 부산물을 받아와 되파는 유통업부터 시작했다. 이후 외국산에 의존하던 유황 분말과 플레이크(덩어리) 국산화에 성공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국내 대형 타이어업체를 거래처로 확보했다. 유황은 고무를 굳게 하는 타이어의 필수 원재료다. 던롭 등 해외 타이어업체로도 판로를 넓혀갔다. 요즘은 타이어업체 이외에 코스모화학, AK켐텍, 동부팜한농 등 국내외 화학, 비료회사에도 유황을 공급하고 있다. 유 대표는 “연간 생산물량이 창업 초기 연 1만t에서 20만t 규모로 늘었다”며 “최근 흩어져 있던 공장을 울산으로 통합하고 생산시설도 늘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국 등 10여개국 수출

유 대표는 2014년 회사 이름을 에이치설퍼(H sulfur)로 바꿨다. 그는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친환경 유황 비료인 ‘솔로 아그리’가 회사의 새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황비료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3500억원 규모인 전 세계 유황비료 시장은 2018년 8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황은 질소, 인산, 칼륨 등과 농작물 증산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영양소를 제공하고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유 대표는 “최근 대기오염 물질이 줄어들면서 토양의 유황 함유량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라며 “이를 비료로 보충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치설퍼의 솔로 아그리는 유황과 광물의 일종인 벤토나이트를 결합한 비료다. 토양에 잘 흡수되지 않는 기존 유황비료의 단점을 보완했다. 솔로 아그리는 수분과 결합하면 식물이 흡수하기 쉬운 화학물질로 바뀐다.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중동 국가만 경쟁 제품을 내놓고 있다.

솔로 아그리는 미국 중국 등 1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호주 브라질에서는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 대표는 최근 남미 시장 공략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브라질만 봐도 콩 재배지가 현재 6800만㏊에서 10년 안에 2억㏊ 정도로 커질 전망”이라며 “브라질 퍼티파, 헤링거 등 남미 비료회사와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빠른 납기로 차별화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 ‘스피드’를 강조하고 있다. 원유생산국에 있는 중동 회사들과 가격 싸움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빠른 납기와 신속한 클레임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어떤 주문을 받더라도 3일 안에 선적하는 회사는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인라인믹스’ 등 자동화 설비도 업계 최초로 들여놨다. 그는 “올해 비료 매출 비중을 33%에서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내년까지 연 매출 7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비료회사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울산=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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