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재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고(高)품질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와의 연결고리 측면에서는 현지 기업보다 취약합니다. 한국 소비재 기업이 아시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주기'로 신제품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칸타월드패널의 아시아 지역 제너럴 매니저를 맡고 있는 마시 코우 대표(사진)는 1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한국 소비재 제품은 한류 열풍과 함께 고품질로 아시아 지역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코우 대표는 평가했다. 한국 기업이 꾸준한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고품질 제품을 선보여 한류로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기업의 성공에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코우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소비자들이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 제품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제품이 론칭 초기에는 항상 성공적이었다"면서도 "문제는 성공이 잠정적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해 K-뷰티 대표 품목 중 하나로 꼽히는 쿠션 타입 화장품을 예로 들 駭? 쿠션 화장품은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독자 개발한 제품으로 이 회사에서만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누적 8000만개가 판매됐다. 최근에는 로레알·에스티로더 그룹 해외 화장품 기업 소속 브랜드들도 쿠션 제품을 잇따라 선보인 상태다.
코우 대표는 "해외 굴지의 기업들이 쿠션 제품을 출시하면서 한국 브랜드만의 차별점이 없어졌다"며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제품 외에도 다른 측면으로 현지 소비자들과 연계점을 만드는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한국에서 유행이 시작된 'BB크림', 'CC크림'이 해외 화장품 기업에서 출시된 후 변별력이 없어진 사례가 쿠션 화장품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같이 한국 브랜드가 현지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품질력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코우 대표는 진단했다. 현지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P&G 계열 유니레버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비결은 현지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춘 소형 패키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니레버는 1주일에 1달러 정도를 버는 인도네시아인들이 '작은 사치'를 위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1달러 수준으로 판단, 제품을 샘플 제품같이 작은 패키지에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코우 대표는 "어떻게 하면 현지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 수 있게 할지, 창의적으로 고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 역시 색다른 방식으로부자가 아닌 소비자들에게도 팔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한국 소비재 기업들에 해외 시장에서 3년을 기준으로 혁신하는 사업 전략을 제안했다.
현재 화장품을 비롯한 다수의 한국 소비재 기업은 제품 론칭 초기에만 투자를 집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론칭 2년째부터 뷰티 현지 기업들이 미투(me too)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장 극심한 경쟁을 겪기 때문이다. 현지 기업의 경우 한국 제품의 미투 제품 출시와 함께 소비자와의 감성적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한국 기업보다 우위에 있음을 코우 대표는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제품 출시 첫해에는 베이징, 상하이 등 1성급 도시의 소비자를 공략했다면 2년째에는 2~3성급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 마케팅 활동에 나서야 한다"며 "3년째에 다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경우 시장에서 선두주자의 입지를 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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