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1타 차로 제치고 혼다클래식 정상
21개월 만에 PGA 우승…일반 퍼터 적응 끝내
해저드 가로지른 '배짱샷'…베어트랩 17번홀서 승기
강성훈, 공동 10위 선전
[ 최만수 기자 ]
애덤 스콧(호주) 하면 골프팬들은 ‘롱퍼터’와 ‘새가슴’을 떠올린다. 조각처럼 빼어난 외모에 깨끗한 매너, 뛰어난 샷감각을 갖췄지만 어색한 포즈의 롱퍼터 사용과 난도가 높은 코스에선 여지없이 무너지는 모습 때문에 의외로 인기 없는 골퍼이기도 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선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스콧보다 차라리 바람둥이 타이거 우즈(미국)를 선택하겠다’는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29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클래식(총상금 610만달러)에서 스콧은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롱퍼터를 버리고 일반 퍼터를 들고나와 악명 높은 ‘베어트랩(15~17번홀)’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일반 퍼터로 정상 차지
스콧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7158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꿔 이븐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로 우승한 스콧은 우승 상금 109만8000달러(약 13억6000만원)를 차지했다.
스콧이 PGA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4년 5월 크라운플라자인비테이셔널 이후 21개월 만이다. 투어 통산 12승째다. 특히 스콧은 롱퍼터가 아니라 일반 퍼터로 정상에 올라 기쁨을 더했다.
롱퍼터는 그립의 한쪽 끝을 몸에 대고 퍼트할 수 있기 때문에 공을 똑바로 보내기 쉬운 장점이 있다. 2011년부터 롱퍼터를 사용한 스콧은 그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과 2013년 마스터스, 더바클레이즈 등을 제패하며 2014년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립 끝을 몸에 대고 쓰는(앵커링) 롱퍼터가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일면서 올해 1월1일부터 사용이 금지됐고 스콧도 부침을 겪었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일반 퍼터로 미리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4월 마스터스를 앞두고 롱퍼터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후 10월 프레지던츠컵부터 본격적으로 일반 퍼터를 들고 필드에 나오기 시작했다.
스콧은 일반 퍼터에도 금방 적응했다. 그는 일반 퍼터를 들고나온 지난해 11월 CIMB클래식에서 준우승한 데 이어 지난주 노던 트러스트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올랐다. 여유를 찾은 스콧은 롱퍼터 사용 금지 결정을 내린 피터 도슨 전 영국왕립골프협회(R&A) 사무총장에게 롱퍼터를 선물하는 유머감각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어 혼다클래식 우승을 차지하면서 일반 퍼터에 적응을 끝냈음을 알렸다.
이번 시즌 그는 라운드당 퍼트 28.8개를 기록해 투어 68위에 올라 있다. 롱퍼터와 일반 퍼터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 지난해 라운드당 퍼트 30.11개로 179위였 ?것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것이다.
◆승부 끝낸 17번홀 ‘강심장샷’
스콧은 3라운드 때 베어트랩 첫 번째 홀인 15번홀(파3)에서 7타를 치는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도 우승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 우승한 최근 사례는 2009년 투어챔피언십의 필 미켈슨(미국)이었다.
스콧은 최종 라운드에서 악몽 같았던 15번홀을 파로 잘 막은 뒤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2타 차로 따라붙은 상황, 17번홀(파3)에선 안전한 왼쪽 페어웨이 방향으로 페이드 구질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스콧은 워터해저드를 가로질러 그린을 직접 공략하는 ‘강심장 플레이’를 선보였다.
공은 워터해저드를 살짝 넘어 그린에 안착했고 스콧은 이 홀을 파로 잘 막아냈다. 안전한 플레이를 선호하던 예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가르시아가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스콧은 경기를 마친 뒤 “최근 퍼트의 일관성은 조금 부족했지만 오늘 몇 차례 좋은 퍼트가 나오면서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리키 파울러(미국)가 3언더파 277타로 비제이 싱(피지)과 함께 공동 6위, 강성훈(29)은 1언더파 279타로 공동 10위에 올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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