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택시 보조금 '줄줄'…헛돈 쓰는 지자체

입력 2016-02-28 18:19
카카오택시 등장으로 콜택시 지원 '유명무실'해졌는데…

전화콜 줄고 '모바일콜' 급증
택시앱 이용 하루 최대 72만건…전국 통합콜택시의 300배 달해

20개 지자체 올 예산 100억
택시업계 반발에 보조금 못줄여…일부선 중단 발표했다가 철회도
전문가 "수요 맞춰 조정 필요…교통 취약계층 등 지원 늘려야"


[ 황정환 기자 ] 무료 콜택시 앱(응용프로그램) 출현으로 ‘콜비’ 없이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데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여전히 콜택시 지원을 계속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무료 콜택시 앱 ‘카카오택시’ 출현으로 콜택시 지원이 유명무실한 데도 20개 지자체에서 연간 100억원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잉·중복 지원이 많아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반면 콜택시 업계는 수입이 줄고 있어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자체들은 시민 교통편의 증진을 목적으로 콜택시를 지원하고 있다. 콜비를 없애는 대신 콜센터 운영·인건비(건당 250~300원)를 대신 내주고 콜손실보상금도 인센티브 형태로 지원한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말 기준 전국 50여개 지자체에서 콜택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까지 4년간 80억원을 들여 구축하고 있는 전국통합콜택시(1333)와 7년간 77억원을 들인 경기도통합브랜드콜택시(GG콜)도 있다.

하지만 작년 3월 카카오택시 출시 이후 콜택시 시장이 전화콜에서 앱콜로 이동하고 있다. 2월 기준 앱콜 기사 수는 최소 21만명으로 전화콜 기사 수(국토부 추산 13만8000여명)보다 많다. 지난 22일 기준 누적 호출 건수는 8000만건을 돌파했다. 하루 최대 건수는 72만건으로 국토부가 만든 전국 통합 콜택시(1333) 하루 호출 건수(2500건)의 300배에 이른다.

20여개 지자체들은 올해 총 100억원가량을 콜택시에 지원한다. 성남시(22억7000만원), 인천시(22억원), 천안시(15억2000만원), 대전시(14억원) 등은 10억원이 넘는다. 전북 정읍시는 5억원을 들여 브랜드콜택시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지자체들은 콜택시 지원 문제점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콜비 지원 중단을 발표했던 인천시는 택시업계 반발로 철회했다. 대구시는 콜비 지원을 올해부터 중단하는 대신 카드결제수수료 지원금을 대당 월 7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광주시는 콜비 지원을 없애는 대신 카드결제수수료 및 통신비를 새로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도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천명에 달하는 택시업계 관계자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며 “없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쉽지만 몇 년째 유지돼오던 예산을 없애긴 어렵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내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전화콜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이후 수익이 반토막 났는데 그나마도 있던 보조금마저 없어지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전국 대부분의 전화콜 업체들이 같은 사정”이라고 토로했다. 택시 기사들은 “콜비는 정당한 서비스 대가”라는 입장과 “앱택시 이후 수입이 늘어 콜비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줄어드는 전화콜 수요에 맞춰 보조금 지원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정책 전문가인 송제룡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콜택시 지원정책은 중복·과잉된 측면이 있다”며 “중복된 지원을 정리하는 대신 민간택시앱 사용이 힘든 노인이나 시골마을 등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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