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외환딜러들 설왕설래
"한국 금리 많이 떨어졌고 원화까지 약세 보여…더 먹을 게 없다고 본 듯"
[ 이태호/김익환 기자 ]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트먼트의 대규모 원화 채권 매도 배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내 채권·외환 거래 실무자 모두 템플턴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템플턴은 어떤 공식적인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 딜러는 “매도 배경으로 지목되는 지정학적인 문제와 원화 약세 전망 등은 추정일 뿐”이라며 “템플턴의 환전을 맡았던 은행 담당자조차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 관점에서 원화 채권 매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는 많은 전문가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매년 사상 최고를 경신해왔다. 하지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 기대는 줄어드는 추세다. 템플턴이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국고채 6개월물은 최근 금리가 연 1.46% 수준에 불과하다. 미 기준금리(0.25~0.50%)보다 ?여전히 다소 높지만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연 1.50%를 하회하고 있다. 템플턴이 원화 채권이 가장 비싼 시점에 처분을 서둘렀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템플턴의 원화 채권 보유 잔액은 2013년 약 26조원에서 매년 줄어 최근 17조원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에만 3조원 가까이 팔았다는 관측이다. 외국인의 한국 채권 보유 잔액은 1월 말 기준 101조원에 달했다.
원화를 포함하는 신흥국 통화 가치 약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템플턴의 주요 펀드 중 하나인 템플턴글로벌본드펀드는 지난해 1년 동안 달러화 기준으로 8.3%의 손실을 냈다. 작년 8월 말 기준 연차보고서에서 템플턴은 “많은 나라의 통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나타내 달러화 기준 손실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각국 중앙은행들과 달리 유동성이 높은(사고팔기 쉬운) 단기물에만 주로 투자해온 점도 환율 변동에 따른 적극적인 포트폴리오(자산배분) 조정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템플턴 보유 원화 채권의 평균 만기(듀레이션)는 0.7년이다. 외국계 투자자들과 수시로 접촉하는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 금리가 워낙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원화까지 약세를 보이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먹을 게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김익환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