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첨단 무기 비용은
한·미 훈련 비용은 각자 부담
"한국서 취소땐 미국에 556만달러 배상"
[ 최승욱 기자 ] 한국과 미국군은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통해 연합작전 수행능력과 상호 운용성을 강화한다. 한국군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데다 가공할 전략무기로 무장한 미군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이번 연습에는 20조원대의 미국 전략자산이 출동할 예정이다.
현존 최강·최대 항공모함인 존 C 스테니스호를 주축으로 한 항모강습단의 참여가 예정돼 있다. 1995년 취역한 존 C 스테니스호의 미군 획득가격은 45억달러로 추산된다. 니미츠급 항모에 실을 수 있는 F-18 호넷 등 전투기 50기와 조기경보기 5기, 전자전기 5기, 대잠헬기 10기, 다목적헬기 10기 등 함재기 80여대 가격은 47억달러 수준이다. 항모를 보호하는 로스앤젤레스급 원자력잠수함 1척은 9억달러,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은 33억달러 안팎이다. 여기에다가 12억달러의 고속군수지원함 1척과 10억달러의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1척을 더하면 156억달러에 달한다. 승조원 6700명을 기준으로 항모강습단의 하루 운영비는 650만달러, 연간 운영비는 23억725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더망을 피해 목표 지점을 정확히 폭격할 수 있는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의 참가도 계획돼 있다. 옛 소련의 이동식 전략미사일을 격파하기 위해 개발된 B-2는 항속거리가 길고 미사일과 핵폭탄, 범용폭탄, 유도폭탄 등을 최대 1만8144㎏ 탑재하면서도 스텔스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폭격기다. 미 공군이 공개한 획득비용은 대당 11억5700만달러(1998년 불변가격 기준)다.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는 대당 1억4300만달러다. 기관포만 포함된 기체 가격이다.
키리졸브·독수리연습 비용은 한국과 미국이 각자 부담한다. 올해 국방부 예산에서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 들어가는 여비와 업무추진비, 간식과 야식 등 증식(增食)비는 16억원 수준이다. 부대별로 책정된 유류비와 교육훈련비에서 참가비용을 감당한다.
미군은 해외 기지에서 이동하는 만큼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훈련비를 지출한다. 전투식량 등 훈련에 필요한 물자를 휴대한 채 한국에 온다. 미군의 비용을 일부나마 짐작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1976년 이후 매년 열리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팀스피릿이 1992년 한국 측 사정으로 중단됐다. 그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국은 훈련 재개를 요구해 미국이 받아들였다.
다만 미국은 한국 측이 이듬해 3월 예정된 훈련을 두 달 전에 취소하면 285만달러, 한 달 전에 취소하면 556만달러를 배상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듬해 훈련은 예정대로 이뤄져 배상금을 지급하는 사태는 없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