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세계에 알린 외신기자의 집 '딜쿠샤' 70년만에 복원

입력 2016-02-26 18:30
기재부·서울시 등 관리 협약
문화유산 등록…2019년 개방


[ 이승우 기자 ] 3·1운동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미국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가 살던 서울 행촌동의 건축물 ‘딜쿠샤(Dil Kusha·사진)’가 국가 문화유산으로 복원돼 2019년 전면 개방된다.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문화재청, 종로구는 26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딜쿠샤를 70년 만에 원형으로 복원해 3·1운동 100주년인 2019년 개방한다는 내용의 ‘딜쿠샤의 문화재 관리방안 협약서’를 체결했다.

‘희망의 궁전’이란 뜻의 힌두어인 딜쿠샤는 사직터널 북측 산기슭의 붉은 벽돌 건물이다. 테일러가 1923년 지어 1942년 일제 협박으로 추방될 때까지 20년 가까이 아내와 함께 살았던 곳이다. 테일러는 1948년 미국에서 사망했지만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서울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안장됐다.

딜쿠샤는 영국과 미국의 주택 양식이 섞인 형태로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지어졌다. 총면적은 624㎡ 규모다. 일제강점기 근대건축 발달 양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해방 뒤 국가 소유로 넘어왔지만 정부가 관리를 포기해 그동안 쪽방촌 형태로 방치됐다. 2001년부터 딜쿠샤를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하자는 검토가 있었고 2006년에는 문화재청이 등록 계획을 예고했지만 주민 무단점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무산됐다. 딜쿠샤에는 12가구 23명이 불법 거주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장기 무단 점유로 건물이 훼손됐고 지난해 안전진단에서 최하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기재부와 서울시 등 4개 기관은 딜쿠샤 관리상태를 개선하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데 공감해 이번 협약을 체결했다. 점유자의 주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한편 딜쿠샤를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2019년 시민에게 개방하면서 주변 지역에는 성곽마을을 조성해 인근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복원과 관리, 운영은 서울시가 맡는다. 필요하면 중앙정부가 국비를 지원한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딜쿠샤 복원으로 3·1운동의 역사적 배경과 테일러의 업적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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