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건축설계회사' 팀하스 하형록 회장 서울대 졸업식 축사
전진하는 동사형 꿈을 꿔라
첫 심장이식 수술 앞두고 양보
죽음 문턱서 깨달은 삶의 지혜 전해
[ 황정환 기자 ]
“여러분의 꿈을 동사(動詞)로 표현하십시오. 그리고 그 꿈을 주변 사람에게 나누며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십시오. 참된 희생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 축사를 맡은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 팀하스(TimHaahs)의 하형록 회장(58·사진)은 “선한 인재의 길에는 반드시 희생이 뒤따르지만 그 희생은 참으로 값진 것”이라며 “정지돼 있는 명사가 아닌 전진하는 동사로 꿈꾸는 사람이 돼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1957년 부산에서 한센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1969년 미국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이민 간 재미동포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그는 미국 젊은이가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 중 하나로 꼽는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를 창업했으며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립건축과학원 이사를 지냈다.
‘희생’과 ‘동사’는 하 회장의 삶을 보여주는 키워드다. 심장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계속 뛰는 심실빈맥을 앓고 있는 그는 올해 세 번째 심장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 1993년 첫 심장을 이식받은 이후 세 번째 심장이다. 그는 22년 전 첫 심장 이식 수술을 앞두고 5개월을 기다려 찾은 건강한 심장을 옆방의 위급환자에게 양보했다. 1주일 뒤 혼수상태에 빠져 한 달을 사경을 헤맸다. 하 회장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의 문턱에 서자 성공과 출세를 목표로 ‘무엇’이 되겠다는 명사형의 꿈이 아니라 다시 살 수 있다면 다른 이를 돕는 삶을 살겠다는 동사형의 꿈을 꾸게 됐다”며 “죽는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다른 이를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실천했고 한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그는 알코올 중독 환자의 심장을 받았다. 그리고 6년 뒤 또 한 번의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 지금까지 살았다. 15년을 버텨오던 세 번째 심장이 지난해 말을 듣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한 사람에게 평생 두 번의 심장 이식만이 가능하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20여년 전 다른 이에게 좋은 심장을 양보하고 알코올 중독자의 심장을 받은 사정을 감안해 그에게 특별히 또 한 번의 심장 이식 수술이 허용됐다. 그는 “이제 네 번째 심장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며 “생명을 기꺼이 내줬더니 이제 내가 새 생명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졸업생에게 “의사가 되겠다고 하지 말고 ‘아픈 이를 치료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고, 음악가가 되겠다고 하지 말고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라”고 했다. 이어 “동사의 삶은 목적 지향적인 삶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며 “힘든 길이고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일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그 같은 희생이야말로 승리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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