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TV소설, 소설 읽듯…서정적 영상으로 풀어 낸 한국인의 보편적 감성

입력 2016-02-26 17:32
미디어 & 콘텐츠

1987년 첫 방송, 27년째 장수…39편 방영

29일부터 120부작 '내마음의 꽃비' 방영
6·25로 인생 뒤바뀐 두 여인의 이야기


[ 선한결 기자 ]
1987년 첫방송을 시작했다. 2009년 제작비 문제로 2년여간 방송을 중단한 기간을 제외하면 27년째 장수하며 39편을 방영했다. 매번 드라마 하루 시청률 기록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시청률 15%대 이상은 무난히 나온다. KBS 2TV에서 매주 평일에 방송하고 있는 오전 드라마 ‘TV소설’ 얘기다.

드라마는 소설의 문학적 향취를 영상에 담았다. 총괄을 맡은 최지영 책임프로듀서(CP)는 “소설을 읽듯 서정적인 영상으로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간다”며 “예전에는 문학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극 중에 해설자의 내레이션을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TV소설’은 평균 120부작인 작품을 한 해 2~3편 방송한다. 소설이 주는 유장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2014년 방영한 ‘순금의 땅’은 163부작이었다.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다루면서 등장인물의 삶 구석구석을 조명한다. 부모와 자식 두 세대를 아우르기도 한다.

작품 대부분이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삼는다. 26일 종영한 128부작 ‘별이 되어 빛나리’의 배경은 1960년대 해방촌이다. 가난한 주인공이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해 8월 종영한 ‘그래도 푸르른 날에’는 1970년대 식모(가정부), 버스 차장, 여공, 화장품 방문판매원 일을 전전하며 치열하게 산 주인공의 이야기다. 최 CP는 “오전 드라마의 주시청자 연령대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라며 “장르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주 촬영장소인 수원 오픈스튜디오를 벗어나기 어렵다. 길게 이어지는 일일 드라마의 특성상 제작 시간과 비용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최 CP는 “드라마 배경이 되는 시대를 직접 살아본 기성 작가와는 달리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작가가 늘고 있다”며 “일단은 공동집필이나 크로스체크 등 제도를 도입하고, 좀 더 최근 시대를 조명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오는 29일부터는 120부작 ‘내 마음의 꽃비’(사진)를 방영한다. 6·25전쟁으로 인생이 뒤바뀐 두 여성의 이야기다. 천일란(임지은 분)은 부잣집 아들과 결혼해 처음으로 시댁에 인사를 가던 서연희(임채원 분)와 함께 피난길에 오른다. 천일란은 폭격을 맞아 실신한 서연희가 죽은 것으로 착각하고, 그의 집에 사망 소식을 알리러 찾아간다. 집안 사람들은 천일란을 인사하러 올 예정이던 며느리로 착각하고, 지낼 곳이 필요했던 천일란은 서연희 행세를 하며 살게 된다.

최 CP는 “어려운 시대적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과 올바른 선택을 한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된다”며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화해와 용서에 도달하는 과정이 드라마의 큰 축”이라고 소개했다.

이 드라마도 권선징악이나 성장, 용서, 화해 등 TV소설의 기존 주제를 이어받는다. 최 CP는 “고정 팬이 많은 간판 프로그램이고, 채널의 하루를 여는 작품이니만큼 자극적인 ‘막장’ 전개로는 끌어가지 않는다”며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와 가치를 담아 시청자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