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성숙기 스마트폰, 3대 사업모델이 흔들린다

입력 2016-02-26 07:00
LGERI 경영노트

배은준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은 14억4000만대에 달한다. 2012년 7억대에서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연평균 성장률은 27%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한 자릿수로 추락할 전망이다.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 보급률이 50%를 넘어서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성장 둔화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고 판매되고 사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온 주요 사업모델도 변화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기획 개발 생산 판매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제조 사업모델’,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를 유인하기 위한 ‘보조금 모델’, 앱(응용프로그램), 콘텐츠,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광고 사업모델’ 등 스마트폰의 빠른 성장을 가능케 했던 3대 사업모델이 모두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제조 사업모델은 샤오미의 새로운 사업방식과 수익모델로 도전받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진입 3년 만에 글로벌 톱5에 오른 샤오미는 단말기 생산을 아웃소싱하고, 대규모 광고 없이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마케팅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으로 충격을 줬다. 샤오미가 가져오는 충격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익을 남기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사용자 기반을 구축하고, 이들에게 콘텐츠,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교차보조형 수익모델’은 샤오미가 가져올 2차 충격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샤오미뿐만이 아니다.

새롭게 부상하는 ‘LeEco(樂視網)’라는 중국 기업도 하드웨어는 손해를 보며 팔고,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는 교차 보조형 수익모델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업체다.

보조금 모델은 미국 T-Mobile의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 시장 만년 꼴찌였던 T-Mobile은 이동통신 시장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2년 약정 계약과 보조금을 없애고, 리스(lease) 모델을 도입하는 언캐리어 전략을 통해 순증 가입자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T-Mobile 가입자들은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반납하기만 하면 위약금이나 잔여 할부금 걱정 없이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T-Mobile이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의 다른 이통사들도 보조금 모델을 버리고 리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모델의 변화는 리스 모델을 도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운전자본 부담을 줄이려는 이통사들의 움직임과 리스 모델이 결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제조사가 자체적인 리스를 운영하는 시나리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통사들은 단말기 리스로 인한 운전자본 부담을 떼어낼 수 있고, 제조사들은 단말기 교체 주기를 단축시켜 수요를 진작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광고 사업모델은 애드블록(ad-block) 확산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애드블록은 웹 브라우저에 추가로 설치되는 소프트웨어로, 광고를 차단해 데이터 트래픽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브라우저의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현재 애드블록 소프트웨어는 PC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아직 모바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중국 인도 등 데이터 비용에 민감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모바일에서도 애드블록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애드블록이 확산되면서 사용자 니즈에 맞춰 새로운 광고 사업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용자와 광고 수익을 공유하거나,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데이터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사업모델이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참여하는 형태로 광고 사업모델이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둘러싼 주요 사업모델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혁신 사업모델을 조합해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존 기업들이 주도해온 기술 혁신, 신생 기업들이 주도하는 사업방식 혁신에 이어 사업모델 혁신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폭넓은 관점, 유연하고 창의적인 생각, 그리고 과감한 시도를 재차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배은준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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