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서 만난 양현미 세계이동통신협회 최고전략책임자 "빅데이터, VR과 접목땐 없던 서비스 쏟아질 것"

입력 2016-02-25 20:02
올 MWC는 'VR 시험대'…콘텐츠 플랫폼 자리 잡아

통신사 미래 경쟁력, 데이터 활용 능력에 달려

M&A로 사업영역 확장…규제가 발목 잡아선 안돼


[ 박영태 기자 ] “가상현실(VR)과 빅데이터가 결합하면 지금껏 없던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질 것이다.”

양현미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최고전략책임자(CSO·53·사진)는 2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 행사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번 MWC의 최대 화두는 단연 VR이었다”며 “VR이 5세대(5G) 이동통신과 결합하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돼 거대한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MWC에선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VR 헤드셋과 촬영기기를 선보이며 업계를 주도했다.

MWC를 주최하는 GSMA는 전 세계 800개 통신사와 200여개 제조사의 모임으로 통신사업자의 핵심 당면과제를 해결하고 대(對)정부 협상을 벌이는 단체다. 협회장에 이어 2인자인 양 CSO가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 동양인 최초로 GSMA 임원에 철?화제가 됐다.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 뉴욕주립대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와 신한은행을 거쳐 KT에서 통합고객전략본부장 등을 지냈다.

양 CSO는 통신사의 미래는 빅데이터 활용 능력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의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누가 빨리 잘 갈아서 보석으로 만드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SMA는 통신사가 협력해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관련 생태계 조성이나 기술 표준 등을 추진하고 있다.

GSMA는 이번 전시회에 이노베이션 시티라는 별도 전시 공간을 마련해 글로벌 통신사들의 IoT와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차량에 센스를 설치해 엔진오일을 교체해야 할 때가 되거나 부품에 이상이 생기면 인근 정비소에 자동으로 정비를 예약해주는 KT의 스마트 차량 관리 앱(응용프로그램) 등이 전시됐다. 양 CSO는 “자동차뿐 아니라 산업 전 분야에 IoT가 확산되면서 통신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통신사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양 CSO는 최근 국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해 “성장 정체를 맞고 있는 통신사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데,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서비스의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글로벌 통신사들은 방송 등 미디어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은 AOL을 인수하면서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했고 미국 2위 이동통신업체인 AT&T는 지난해 위성방송 디렉TV를 인수했다. 영국 보다폰도 최근 네덜란드 케이블TV업체 리버티글로벌을 사들이며 미디어사업에 진출했다.

양 CSO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에 쓴소리도 했다. 그는 “한국 통신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만 치열하게 속도 경쟁 등을 해왔지만 글로벌 테스트베드 역할에만 그치고 정작 과실은 따지 못했다”며 “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MWC에서 5G 기술을 선보인 SK텔레콤과 KT가 속도 경쟁에만 치중하지 말고 5G 시대에 먹거리를 선점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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