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베컴도, 루니도 수백번 킥 연습을 했다…퍼거슨 밑에선

입력 2016-02-25 18:55
리딩

알렉스 퍼거슨·마이클 모리츠 지음/ 박세연·조철웅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436쪽/ 1만8000원

27년 간 '맨유' 이끈 퍼거슨
선수도 모르는 5% 잠재력…칭찬·동기부여로 이끌어내

승리 비결은 치밀한 준비…최고의 선수들도 예외 없어
열정은 전염되기 때문


“2012년 10월, 강당은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미국 타자기 회사 레밍턴랜드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며 퀸스파크에서 축구 인생을 시작할 때만 해도, 55년 후 하버드경영대학원 강당에서 학생들에게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리딩》은 1986~2013년 영국 프로축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이끌며 시대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축구감독으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선구자인 마이클 모리츠 세콰이아캐피털 대표가 공동 저술한 리더십 전략서다. 퍼거슨이 2014년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한 내용과 ‘퍼거슨 리더십’에 대한 모리츠의 분석을 바탕으로 경청, 관찰, 열정, 준비, 팀워크, 동기부여 등 맨유를 세계 최고의 팀으로 끌어올린 42가지 성공요소를 실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조직을 이끄는 위치에 있다면 구성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경청하고 ‘관찰’하는 일이 중요하다. 1992년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직후 퍼거슨은 선수들과 함께 그날 경기에 대해 분석하고 있었다. 선수 몇 명이 상대팀 스트라이커 에릭 칸토나에 대해 극찬했다. 퍼거슨은 곧바로 그를 영입하는 협상을 했다. 칸토나가 합류하기 전 맨유는 여섯 경기 동안 네 골을 넣었지만, 그가 합류한 후 여섯 경기에선 열네 골을 기록했다.

승리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열정’이다. 열정이란 최선을 다하는 마음, 불굴의 의지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퍼거슨은 “한 사람의 열정이 팀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승리를 향한 열정이 다른 선수로 전염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치밀한 준비’야 말로 맨유의 버팀목이었다. 최고의 선수들에게도 철저히 준비시켰다.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웨인 루니는 항상 훈련 종료 후에도 남아 프리킥 연습을 했다. 1996년 윔블던과의 경기에서 베컴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차올린 공이 그물망을 갈랐을 때 관중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킥을 수백 번 연습했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았다.

열한 명의 골키퍼, 또는 같은 재능을 지닌 선수들로 경기를 이길 수는 없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퍼거슨은 맨유에 부임했을 때 더 강한 팀을 만들고 싶었고, 분석 결과 선수들의 고령화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예산이 넉넉지 못해 최대한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고령의 선수들은 이적료 없이 다른 팀에 넘겼다. 이런 노력으로 팀의 수준이 높아졌고, 10년 후 유럽 최고의 선수들을 확보하게 됐다.

리더십의 본질은 선수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5%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동기부여’에 있다.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언제 그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려야 할지, 언제 자신감을 북돋워 줘야 할지 알아야 한다. 퍼거슨은 선수들을 비난하거나 모욕하기보다 칭찬을 통해 그들의 역량을 이끌어냈다. 리더에게 신뢰받고 있다고 느낄 때 선수들은 최고의 성과를 보여줬다.

모두 ‘실패’를 두려워한다. 실패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주저앉고, 어떤 이들은 동기를 얻는다. 패배는 습관이 되지 않는 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2011~2012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 간발의 차이로 리그 우승을 내주자 일부 팬들로부터 심한 조롱을 들었다. 퍼거슨은 선수들에게 오늘 받은 모욕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정말로 잊지 않았고, 다음 시즌에 맨유는 우승했다.

퍼거슨은 감독으로서 구단주, 코치, 직원, 선수, 팬 등 다양한 구성원과 ‘대화’를 나눴다. 선수들에게 기대하는 것을 정확히 전달하려면 최대한 간단명료해야 한다. 선수들이 가장 기억하는 장면은 199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0-1로 뒤지고 있을 때 하프타임 때 한 말이다. “패자의 메달을 목에 걸고 우승컵을 지나치고 나면, 누군가 뒤에서 걸어 나와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될 것이다.”

효과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려면 선수들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의사결정 시점 또한 중요하다. 세인트 미렌 감독 시절 한 미드필더를 경기 시?7분 만에 교체했다. 성급한 판단이었고 그 공백은 컸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맨유가 웨스트햄에 0-2로 끌려가고 있을 때는 신중히 대처했다. 국가대표팀 경기를 마치고 온 피로 여파가 있는 수비수를 전반전까지 뛰게 한 후, 후반전에 긱스를 교체 투입하면서 4-2 역전에 성공했다.

퍼거슨이 강조하는 리더의 특성은 “다른 이들과 경쟁하기보다, 스스로 ‘완벽’해지기 위해 싸운다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 사상 가장 성공적인 리더로 평가받는 퍼거슨이 맨유에 안겨준 38개의 트로피는 완벽한 자신을 향한 이정표 그 자체였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