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국내에서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애로를 겪고 있다는 한경 보도(2월23일자 A1, 8면)는 놀라운 정도를 넘어 충격적이다. 어쩌다 공장 하나 짓기가 힘든 나라가 돼버렸는지 고개를 젓게 된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은 단일 사업장으로선 세계 최대규모이건만 내년 완공을 눈앞에 둔 이 시점까지 전력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이웃한 지방자치단체인 경기 안성시와 충남 당진시가 주민 반대를 명분으로 한 지역 이기주의에 갇혀 1년 넘게 송전선로와 변전소 공사를 반대하고 있는 탓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OLED 공장 건설 역시 딱한 처지다. 레미콘 트럭 기사들이 올 들어 오후 5시 ‘칼퇴근’을 내세워 추가 작업을 거부하는 바람에 레미콘 공급에 차질을 빚어 내년 완공을 맞추기 위해 GS건설을 통해 공장 인근에 따로 자체 레미콘공장을 지어야 할 형편이다. 운송료를 올리려다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사업의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조원, 수십조원을 들여 공장을 짓는다. 그러나 기업이 들어온다고 하면 온갖 세력이 뜯어먹으려고 달려든다. 한경이 소개한 삼성전자 협력업체 APK의 사연도 그렇다. 이 회사가 삼성 평택공장 길 건너편에 공장을 짓자 정치 지망자들이 즉각 반대위원회를 구성해 주민복지시설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삼성 평택공장이 건설장비 인력 등을 평택에서 조달해 쓰라는 이 지역 건설장비업체들에 시달리던 것과 똑같다.
기업하기가 너무 힘든 나라다. 기업에 투자를 늘리라고 말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공장 짓는 것조차 겁난다. 차라리 중국에 가서 공장을 짓는 게 훨씬 편할 것이다. 2013년부터 U턴기업 지원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로 돌아온 기업들은 하나같이 후회막급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조차 U턴기업을 늘려 일자리를 매년 50만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 현실을 너무 모른다. 규제 개혁은 진전이 없고 기업 발목을 잡아 한몫 챙기려는 지역이기주의는 확산일로다. 무슨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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